10년 만 '압승' 실패 연정 꾸려야
非힌두교 탄압, 빈부 격차가 발목
장기 집권 "권위주의 강화할 수도"
"모디를 감싸던 '무적의 아우라'가 산산이 부서졌다."(미국 뉴욕타임스)
"인도의 충격적인 선거 결과는 모디를 겸손하게 만들었다."(영국 이코노미스트)
인도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73) 총리의 집권당이 10년 만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자 외신들은 이런 평가를 쏟아냈다. 인도 역사상 두 번째 '3연임 총리' 시대를 열었지만 총선 압승을 예상했던 모디 총리로선 '초라한 성적표'다. 집권 10년 차, 등 돌린 민심에 모디의 '3기 정부'가 추진할 국정 동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BJP 과반 득표 실패... 모디는 3연임
5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6주간 치러진 인도 총선에서 집권 인도국민당(BJP)이 주도하는 여당 연합인 국민민주연합(NDA)은 전체 543개 지역구에서 293석을 얻었다. 과반 의석을 간신히 넘기는 진땀승을 거두면서, 최대 450석을 차지할 거란 출구조사 결과를 머쓱게 했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BJP의 부진 탓이 컸다. 이 당은 240석을 얻는 데 그쳤다. '모디 돌풍'을 일으키며 압승을 거머쥐었던 2014년(282석)과 2019년(303석)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결과다. 반면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가 이끄는 정치 연합 인도국민발전통합연합(INDIA)은 '정권 심판론'을 앞세우며 232석을 얻는 저력을 과시했다.
모디 총리는 3연임을 확정했다. 초대 총리를 지낸 자와할랄 네루에 이어 인도 역사상 두 번째 '3연임 총리' 기록이다. 인도에선 총선 과반을 차지한 세력이 총리를 추대해 차기 정부를 꾸린다. 모디 총리는 "NDA가 집권 3기를 열게 됐다"며 "이것은 세계 최대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자축했다.
무슬림 배제, 빈부 격차... 반(反)모디로
모디 총리가 앞세운 '힌두 민족주의' 정서에 대한 반감과, 경제 성장에도 극심해진 빈부 격차 등이 민심을 등 돌리게 한 원인으로 꼽힌다. 모디 총리는 전체 인구의 80%인 힌두교 신자들의 표심을 결집하기 위해 무슬림 등 소수 집단 배제에 속도를 내왔다.
이른바 '모디노믹스(모디식 경제 정책)'를 앞세워 연간 7% 안팎의 경제 성장을 이끌면서도, 고질적인 빈부 격차를 해결하지 못해 중도 표심까지 '반(反)모디'로 돌아서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 성장률에도 국민 대부분은 무료 식량 배급을 받을 정도로 가난하다"며 "성장이 대중의 삶에 녹아들지 못했다"고 짚었다.
10년 만에 연정 꾸려야 할 처지
BJP가 단독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서 모디 총리는 NDA 소속 다른 당과 연립 정부를 꾸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과반(272석)을 위해선 최소 33석이 필요하다. BJP로선 뼈아픈 현실이다. 차기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선 소규모 정당들에 정책 결정뿐 아니라 내각 구성 과정에서 일부 권한을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연정을 구성한다 해도 모디 집권당이 누린 10년간의 유례없는 안정은 끝났다"고 평가했다.
다만 모디의 장기 집권 체제가 현실화하면서 권위주의 성향이 짙어지고, 힌두 민족주의의 영향력 역시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모디는 (다른 정당들과) 협상하고 타협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면서 "그럼에도 실망한 지도자는 자신의 권위주의적 성향을 더욱 강화하고 양극화하는 종교적 수사를 증폭시킬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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