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동물권 단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밀폐용기로 알려진 한 생활용품 회사의 광고에 대한 비판 내용이었다. 광고는 고등어, 주꾸미, 소를 배경으로 각각 '내 꿈은 고등어구이!' '주꾸미볶음이 되고 싶어!' '스테이크가 될래'라는 문구를 보여줬다. 이에 대해 동물해방물결은 "동물의 고통을 왜곡하는 종차별적 요소가 가득했다"며 "인간에게 먹히는 게 '꿈'인 동물은 없으며, 그들은 죽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해당 광고는 용기에 표시가 돼 있지 않으면 냉장고 속 재료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점을 부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동물이 사람에게 먹히는 걸 저토록 간절히 바랄까. 광고 제작자는 동물 입장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인간에게 먹히는 게 '서러운' 동물들을 오히려 의인화까지 하고 있는 점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해당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니 해당 제품의 성능에 감탄하는 내용이 대다수였고, 인간에게 먹히는 걸 바라는 동물을 그린 것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은 소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등어의 꿈이 구이가 되는 것은 아닐 것 같은데… 내가 너무 '프로불편러'인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해당 광고는 최근 동물이 등장하는 영상들을 보면서 불편했던 경험들을 떠올리게 했다. 요즘 즐겨 보는 중국 고장극(퓨전 사극) 속 이동이나 전쟁 장면에는 말이 어김없이 등장하는데 말이 놀라거나 넘어지는 모습이 나오면 걱정부터 앞선다.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에 동원됐다 사망한 퇴역 경주마 '마리아주'가 생각나서다. 당시 마리아주가 낙마 장면 촬영을 위해 줄에 걸려 고꾸라지는 영상이 그대로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더욱이 방송에서 동물을 소품처럼 다루는 이 같은 촬영기법이 관행적으로 사용돼 왔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동물 촬영 방식, 나아가 퇴역 경주마의 전반적 실태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드라마뿐 아니라 여행 프로그램을 보는 것도 쉽지 않다. 한 여행 프로그램에서 중국 하얼빈의 눈 축제 현장을 보여주는데, 말이 마차를 끄는 장면이 스치듯 나왔다. 출연자들은 칼바람이 불어 너무 춥다고 호소했는데 저 말들은 얼마나 추울까, 또 제대로 된 대우를 받으며 마차를 끌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일본의 홋카이도에서는 출연자들이 개썰매를 타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 역시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동물 학대 장면이 나온 것도 아닌데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고민하는 시대에 별것 아니라고, 관행이라며 그냥 넘어가는 게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히 논쟁을 부추기는 프로불편러가 아닌 소신껏 발언으로 정의로움을 실천하는 화이트불편러는 필요하다. 해당 장면에서 동물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촬영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따져보고 고민해야 한다. 동물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고, 시청자와 이용자들이 이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다면 영상제작자들도, 내용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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