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전후 '성비위 의혹' 잡음 계속
2013년 학생에게 남긴 쪽지 논란
당시 학생과 교사들 증언 이어져 "과오 사과... 부적절 처신은 안 해"
박정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신임 회장이 과거 제자와의 관계 때문에 '품위유지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박 신임 회장은 2013년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던 도중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경징계인 '견책' 조치를 받고, 인근 중학교로 전근을 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20일 진행된 제39대 교총 회장 선거 과정에서 '성비위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자 교총 선거분과위원회는 "성비위가 아닌 품위유지위반으로 징계받은 것을 (선거분과위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의혹을 제기한 상대 후보 측을 향해 '추측성 의혹제기를 자제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박 신임 회장 역시 "특정 학생에게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도를 한 과정에서 편애라는 민원이 들어와 징계를 받은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당시 해당 고등학교에 다녔던 이들은 박 신임 회장의 행동을 편애로만 볼 수 없었다고 증언했다. 2013년 박 신임 회장이 담임을 맡았던 학급 학생이었다는 B(29)씨는 연합뉴스에 "고3 때 면학실에서 한 친구가 (박정현) 선생님이 A 학생 자리에 쪽지를 놓는 모습을 우연히 봤고, 그 쪽지에 '사랑한다' '차에서 네 향기가 난다'고 쓰여 있었다고 하더라"라며 "쪽지 내용이 너무 큰 충격이어서 아직도 기억난다"고 말했다.
같은 반이었다는 C(29)씨 역시 "친구가 '사랑한다'고 적힌 쪽지를 발견하고 내게 알려줬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이어 "이 사실을 부모님께 전화로 알려드렸고, 부모님이 당시 부장 선생님께 '잘 처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쪽지의 존재는 소수의 학생만 아는 상태에서 담임 교사가 교체됐다고 한다. 때문에 학생들 대부분은 교체 이유가 지병인 줄로만 알았다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후에야 자세한 내용을 알게 됐다. B씨는 "10년 전 박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어떤 설명과 사과도 없이 자리를 떠났다"며 "학생과의 부적절한 관계 여부를 떠나 수능을 앞둔 고3 학생들에게 그런 무책임한 자세를 보인 사람이 학생 인권을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함께 근무한 교사였던 D씨 역시 연합뉴스에 "그때 저지른 잘못에도 겨우 견책이라는 가벼운 징계밖에 받지 않았다는 점과 그 사람이 일말의 가책 없이 다시 우리 눈앞에 당당하게 나타났다는 점에 화가 난다"며 "그런 사람이 교사단체의 수장이 돼 도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신임 회장은 22일 입장문을 내고 "2013년 제 실수와 과오로 당시 제자들에게 아픔을 준 데 대해 진심을 담아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한 제자가 조금 더 노력하면 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낼 것 같아 쪽지로 응원하고 격려했는데 과했던 것 같다"면서도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혹과 같이 제자에게 부적절한 처신을 한 일은 결코 없다"고 일축했다.
인천 부원여중 교사인 박 신임 회장은 이달 교총 회장 선거에서 교총 역사상 최연소(44세)로 회장에 당선됐다. 제33대 이원희 회장에 이은 두 번째 중등 평교사 출신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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