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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38년 만에 최저인데… "일본 정부가 엔저 조장, 대책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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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38년 만에 최저인데… "일본 정부가 엔저 조장, 대책 한계"

입력
2024.06.28 16:44
수정
2024.06.28 17: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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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달러당 161엔으로 하락
미국·일본 금리 차 유지 영향
"물가 대책, 일본은행 손발 묶어"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엔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달러·엔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엔화 가치가 다시 추락하고 있다. 28일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한때 달러당 161엔까지 떨어졌다. 38년 만의 최저치다. 이 같은 엔화 약세는 일본 정부가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료·가스비 보조금 지급 같은 물가 대응책 탓에 엔화 약세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28일 일본 NHK방송,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이날 엔화가 한때 달러당 161.2엔에 거래됐다. 1986년 12월 이후 약 37년 6개월 만의 최저치였다. 이날 유로당 엔화는 172엔으로 하락했는데, 1999년 유로 도입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 29일 달러당 160엔까지 떨어졌던 엔화는 일본 정부와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개입으로 하락세가 주춤하며 160엔 밑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6일부터 다시 하락세가 가팔라지며 160엔대가 무너졌고, 이날 161엔대까지 깨졌다.

"기시다 에너지 정책, 엔저 부추겨"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3월 19일 도쿄 일본은행 청사에서 기자회견 도중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3월 19일 도쿄 일본은행 청사에서 기자회견 도중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엔화 약세의 주요 요인으로는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가 꼽힌다. 4월 말 이후 두 달 만에 달러당 160엔대가 무너진 26일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발언이 나오면서 달러를 사들이고 엔화를 파는 움직임이 확산했다. 교도통신은 "일본과 미국 간 금리 차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견해가 있고, 수입 기업의 달러 수요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엔화 약세 현상이 이례적으로 장기간 이어지는 데는 일본 정부의 경제 정책이 영향을 미친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물가 상승 대응책으로 내놓은 에너지 관련 정책이 대표적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최근 5월에 끝난 전기·가스비 보조금 지급 정책을 8~10월에 다시 시행하기로 했고, 휘발유 보조금도 연말까지 유지하기로 발표했다. 일본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제한해 에너지원 확보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닛케이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으로 국내 소득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무역 적자가 확대된다"며 "기시다 정권의 정책은 엔저(엔화 약세)를 막기는커녕 부추길 수 있다"고 짚었다.

기시다 정권의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 물가 상승률 2% 안정적 실현' 목표가 엔화 약세에 대응해야 할 일본은행의 손발을 묶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즈호증권의 우에노 다이야는 닛케이에 "정부가 선순환을 확인하기 전에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말라고 일본은행에 못 박은 셈"이라고 말했다. 닛케이는 "일본은행이 7월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후퇴했다"며 "미국과 일본 간 금리 격차 축소 가능성이 멀어진 만큼 엔화 가치 상승 기대도 줄었다"고 분석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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