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올해 세무사 1차 시험 응시자 수는 1만8,842명이다. 지난해(1만3,768명)보다 37%나 늘어났다. 2020년에는 1만 명을 밑돌았는데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그만큼 경쟁은 치열하다. 합격자는 3,233명, 합격률이 17%에 불과하다. 더 높은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다음 달 15일 2차 시험이 치러진다. 지난해 2차 시험 합격률은 11%였다. 응시생 100명 중 1, 2명 정도만 세무사 자격증을 거머쥘 수 있다는 얘기다.
□ 2021년에 큰 소동이 있었다. 그해 9월 치러진 세무사 2차 시험에서 대규모 과락 사태가 벌어졌다. 세법학1부 과목에서 응시자 3,962명 가운데 82%인 3,254명이 과락에 해당하는 점수(40점 미만)를 받아 탈락했다. 평균 60점 기준을 넘은 이들도 이 과목 하나로 무더기 쓴맛을 봤다. 난도 조절도 문제였지만 더 큰 논란은 이 과목이 공직 경력 응시자들에게는 면제 과목이라는 점이었다. 최종 합격자 중 공직 경력자 비율이 직전 연도 6.6%에서 그해 33.6%로 치솟았다. 불공정 특혜 분노가 들끓었던 건 당연했다.
□ 공직 경력자에게 이런 ‘프리패스’권이 부여되는 자격증이 무려 15종이다. 법무사, 관세사, 행정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공인노무사, 감정평가사 등 하나같이 인기 자격증이다. 특히 행정사는 전관들을 위한 자격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정기간 공무원 재직기간을 충족하면 1차 시험은 전부, 2차 시험은 일부 면제를 받는다. 그나마 법이 바뀌어서 이 정도다. 2011년 3월 이전부터 공무원에 재직한 이들은 시험을 볼 필요도 없이 자동적으로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이러니 2022년말 기준 행정사 자격증 소지자 41만여 명 중 99% 이상이 ‘전관’들이라고 한다.
□ 국민권익위원회가 3일 이런 공직경력특례제도를 전면 폐지할 것을 관련 부처들에 권고한 것은 만시지탄이다. 귀족노조의 고용세습 조항에는 격분하는 공무원들이 자신들 이권에는 철저히 눈감아온 결과다. 이번 조치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가 자격시험 특례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집에 담은 데서 비롯됐다. 권고기간은 내년 6월까지이지만, 당장 내년부터 이런 불공정한 프리패스가 사라질 수 있도록 서둘러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강제성이 없다고 꼼수로 비껴갈 생각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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