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케 유리코, 자민당 지원 속 3선 당선
도정 평가 높지만… 한국 배척하는 우익
기시다, 당내 '퇴진론' 속 선거 연패 탈출
일본의 대표적 극우 인사인 고이케 유리코 현 도쿄도지사가 7일 실시된 도지사 선거에서 3선에 성공했다. 일본 야당의 간판 렌호 전 참의원이 뛰어들며 여야의 간판급 여성 정치인 간 맞대결 구도가 형성돼 큰 관심을 모았지만, '현직' 고이케 지사의 벽은 높고도 공고했다. 그를 물밑에서 지원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집권 자민당은 가까스로 '선거 연패'의 사슬을 끊어 냈다.
여야 '거물급 여성' 맞대결에다 56명 입후보
이날 오후 8시에 발표된 일본 NHK방송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이케 지사의 예상 득표율은 40%를 넘었다. 각각 20%대에 그친 이시마루 신지 전 히로시마현 아키타카타 시장, 렌호 전 의원을 크게 앞설 것으로 예측됐다. NHK는 출구조사 결과와 함께 "고이케 지사의 당선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이번 선거는 '여성 스타 정치인 간 대결'로 주목받았다. 고이케 지사와 렌호 전 의원 모두 TV 뉴스 앵커 출신으로, 높은 인지도에 힘입어 정계에 진출했다. 역대 최다인 56명이 후보로 나서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고이케 지사는 선거운동 기간 중 8년 도정 실적을 앞세우며 '1강 2중' 구도를 굳혔다. NHK는 "도에서 실시 중인 저출생 대책, 재난 대책 강화를 약속하며 지지층은 물론, 무당층에서도 지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계파 후원금을 유용해 불법 자금을 조성한 '비자금 스캔들'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던 자민당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무소속 출마'로 거리를 둔 전략이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첫 여성 방위장관 출신인 고이케 지사는 2016년 도쿄도지사 선거에 무소속 출마해 당선되며 '여성 도쿄도지사 1호' 타이틀을 꿰찼다. 2020년 재선에 성공했고, 앞으로 4년 더 도쿄도를 이끌게 됐다.
그러나 한국에는 대단히 비우호적인 극우 인사다. 임기 시작 첫해인 2016년 9월에만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문을 보냈을 뿐, 이듬해부터는 추도문 송부를 거부했다. 지난 2일 아사히신문이 추도문 송부 여부를 물었을 때에도 고이케 지사는 "(불허)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2017년에는 전임 도지사가 결정한 '도쿄 제2 한국학교 설립 계획'도 백지화했다.
고이케 덕분에 체면치한 기시다
기시다 총리와 자민당은 고이케 지사의 승리 덕에 선거 연패 행진에서 탈출했다. '비자금 스캔들' 파문으로 자민당은 지난 4월 28일 3곳에서 치러진 중의원 보궐선거, 5월 26일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에서 잇따라 패했다. 당내에서 '기시다 책임론'이 거세진 만큼, 기시다 총리로선 이번 선거가 정치적 앞날을 결정할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선거였다. 자민당은 이날 함께 치러진 가고시마현 지사 선거에서도 당이 추천한 시오타 고이치 현 지사가 재선에 성공해 체면치레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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