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의 기후행동] 탄소단식 해외여행
단거리 항공 자제, 유럽 내 기차 이동
호텔 대신 민박, 동네 음식점 이용하기
편집자주
한 사람의 행동은 작아 보여도 여럿이 모이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기후대응을 실천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위원이 4주에 한 번씩 수요일에 연재합니다.
환갑이 넘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동안 외모를 유지하는 한 여배우는 스스로도 인정하는 대식가임에도 오랜 기간 자기관리를 유지하는 비결로 '간헐적 단식'을 꼽았다. 다이어트 결심을 일순간 무장해제시키는 '맛있으면 0칼로리'라는 말로도 유명한 그녀가 미식과 원하는 외모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즐거운 순간을 만끽하기 위한 절제와 타협의 영리한 조율이었던 것이다. 발랄한 그녀의 고백을 들으며 여전히 저탄소 생활을 하기엔 뿌리쳐야 할 유혹과 간간이 즐거움과 편리함도 포기해야 하는 현실에 '간헐적 탄소단식'은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녹색전환연구소에서 운영하는 '1.5℃ 라이프스타일 계산기'로 내 탄소발자국을 알아보니 대한민국 1인 평균(13.6톤)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 생각보다 낮은 결과가 나왔다. 이유를 살펴보니 이동 부문에서 대폭 줄었는데 재택근무뿐 아니라 출산 이후 중단된 해외여행 때문이었다. 집순이에 무취미인 내가 즐기는 거의 유일한 여가가 1, 2년에 한 번씩 떠나는 해외여행이었는데 육아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의도치 않은 탄소단식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나 역시 이를 계속할 자신은 없는 것이 요즘 나의 막연한 꿈 중 하나가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기 전 아이와 함께 떠나는 장기간의 유럽여행이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내 여건과 아이의 의향은 생각도 않고 이런 기후위기 시대에 항공여행을 해도 될까. 앞선 걱정을 하다 대신 좀 더 긴 '간헐적 탄소단식'을 하자 마음먹었다. 실제 거리별 항공 이용의 탄소발자국을 비교해보면 비행거리 1,500㎞(인천~도쿄 항공거리 약 1,400㎞)까지 탄소발자국이 급격하게 증가하다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3,000~9,500㎞(인천~밴쿠버 약 9,400㎞) 구간의 탄소발자국은 4분의 1가량이고, 1만2,000㎞(인천~뉴욕 약 1만2,700㎞) 이상 장거리 비행은 10분의 1까지 줄어든다. 그때까지 국내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항공여행은 가급적 자제하고 유럽 내에서는 기차와 버스를 이용하면 해외여행 온실가스 배출의 절반에 해당하는 항공 이용으로 인한 탄소발자국을 꽤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 외 여행에서 식사로 인한 탄소발자국은 약 10%, 숙박은 약 6%를 차지하는데 아직은 풍족한 여행보다는 비용을 아껴 한 곳에 여유롭게 머무는 것을 선호하므로 호텔 객실보다는 호스텔이나 민박을, 레스토랑 식사보다는 동네 음식점을 이용한다면 탄소발자국은 더 줄어들게 된다. '즐거우니 탄소발자국 제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탄소발자국 때문에 삶의 행복한 순간을 포기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대신 그녀처럼 발랄하고 영리하게 '간헐적 탄소단식'을 해나간다면 우리 모두 오랜 시간 지치지 않고 탄소 다이어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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