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는 예치금 이자 받을 수 있고
거래소는 고객 자산 안전히 보관해야
50억 이상 시세조종, 최대 무기징역
가상자산을 직접 규율하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이 국내 처음으로 19일 전격 시행된다. 우선 1단계 조치로 코인 투자자가 이전보다 두텁게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틀 뒤 시행되는 가상자산법은 △이용자 예치금 및 가상자산 보호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감독·검사·제재권한 등을 규정하고 있다.
정상적인 거래소를 통해 코인에 투자하고 있는 이용자 입장에서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앞으로 예치금에 붙는 이자 성격의 '예치금 이용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거래소마다 자율적으로 예치금 이용료율을 정해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데, 시장에서는 증권사 예탁금 이용료와 비슷한 수준인 1%가량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 거래소는 고객이 맡긴 예치금을 거래소 재산과 구분해 은행에 맡겨야 하고, 은행은 이를 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해 그 수익 일부를 투자자에게 이자 형태로 지급해야 한다.
가장 큰 변화는 '유령 코인' 등 비정상적인 코인이 발견되거나 거래소 자체가 자격 미달로 판단됐을 때다. 기존에는 투자자의 자산이 보호받을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에 예치금마저 휴지조각이 될 위험이 높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파산하더라도 이용자는 거래소와 실명계좌 계약을 체결한 은행으로부터 예치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은행이 거래소와 공동 책임을 지는 셈이다. 다만 이런 상황에도 미리 사둔 코인 형태의 자산은 그 가치가 얼마든 회복이 불가능하다. 예치금만 보호 대상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고객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이용자가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과 동종·동량의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해킹·전산 장애 등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이용자 가상자산 경제적 가치의 80% 이상은 콜드월렛(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지 않은 가상자산 보관장치)에 보관해야 하고, 나머지 중 5% 이상은 책임보험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사실상 일정 부분 금융기관이 받는 규제를 받게 되는 것이다.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가 발각되면 형사처벌도 가능해진다.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5배 상당 벌금이 부과되는데, 부당이득이 50억 원을 넘어가면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과징금은 부당이득 2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책정된다. 기존에는 금융당국이 코인 거래소에 대한 권한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이용자 보호의무 준수 여부 등을 검사하고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영업정지, 과태료 부과 등 제재를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가상자산시장은 워낙 변동성과 불안정성이 심한 만큼 누구보다 이용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상자산법이 시행되고 3개월마다 코인이 심사를 받더라도 그 틈새를 이용해 사기 코인 등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고, 개인 간 거래(P2P) 등 장외 거래도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용하는 거래소가 신고 거래소인지는 금융정보분석원(FIU)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그간 주식시장에서 적발돼 온 불공정거래행위가 가상자산시장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연루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도 준비해 나갈 예정이다. 1단계 입법에 담기지 않은 토큰증권발행(STO)이나 가상자산공개(ICO), 법인 가상자산 투자 등의 내용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22대 국회가 시작된 이후 가상자산법 2단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 예상보다 시기는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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