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비상행동, 민주노총서 기자회견
오송참사 유족·야외작업 노동자들 동석
"악천후 때 실업급여 등 생계 대책 절실"
"기후위기에 부실한 대응, 국가가 가해자"
'오송 참사' 유가족과 야외 작업 노동자들이 잦은 폭염·폭우로 안전하게 살 권리를 잃었다며 환경단체와 함께 국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1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는 헌법에 따라 재해를 예방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기후위기를 해결할 정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불평등한 재난... 침수는 반지하, 폭염은 노동자부터
지난해 7월 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이 숨진 오송 참사의 유가족 장성식씨 발언으로 회견은 시작됐다. 장씨는 "오송 참사는 단순 사고가 아니라 공무원의 부실한 감독과 법 위반으로 인한 결과"라며 "책임자 처벌과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옥외 노동자들도 '생명권 보호'를 요청했다. 박세중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건설 현장 노동자를 보호할 폭염 대책을 법제화하고, 악천후로 일을 못 해도 생계를 보장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보기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서울도시가스분회 분회장은 "가스검침원 보호를 위해 적정 인원 충원과 하절기 격월 검침 완전 시행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에어컨서비스 노동자, 재활용자원선별장 노동자, 택배 노동자들도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요구했다.
기후재난에 사회적 약자가 더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2년 전 서울 관악구와 동작구 반지하에 살던 이웃들이 빗물에 집이 잠겨 목숨을 잃었다"며 "해당 구역은 매년 침수 피해가 큰데도 '집값 떨어진다'는 건물주 반발 때문에 '침수위험지구'에서 여전히 제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실업급여 도입 제안, 기후헌법소원 판결 촉구
이날 회견에선 기후실업급여 제도 등이 대책으로 제시됐다. 기후실업급여란 일정한 온도·강수량을 넘는 폭염·폭우 상황이 발생하면 해당 기간 일을 하지 못한 노동자에게 별도 손실 증명 없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유엔개발정책위원회(UNCDP) 등이 사이클론 피해를 입은 섬나라 바누아투를 위해 출시한 파라메트릭보험 △지난해 인도에서 폭염으로 노동이 불가능해진 저소득층 여성을 대상으로 시범 출시한 폭염수입보험과 유사하다.
김지수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사무국장은 "도로 위에서 일하는 배달노동자는 어떤 기후 상황에도 생계를 위해 일을 멈출 수 없다"며 "기후실업급여 제도가 있다면 노동자들이 기후재난에도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국가에서 유사한 제도들이 긍정적 평가를 받은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적극 검토할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정부가 기후위기 부실 대응으로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2020년 제기된 기후헌법소원의 조속한 판결도 촉구했다. 김은정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국가는 기후위기의 근본 문제를 들여다보지 않고 그 구조를 더 강화하고 있다"며 "국민의 명백한 피해 앞에 국가가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헌법소원을 넘어 국가를 가해자로 지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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