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구매 병원에 연구비 지원한 '제노스'
54개 병원에 37억 부당이익 제공...과징금 약 3억
의료기기 판매업체 제노스가 자사 의료기기 판매를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병원에 임상 연구비를 제공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임상 연구가 리베이트 수단으로 활용되다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제노스가 자사 관상 동맥용 약물 방출 스텐트(DES)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전국 54개 병원에 부당이익 약 37억 원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억8,700만 원을 부과했다고 18일 밝혔다.
제노스는 2015년 자사 DES 출시를 앞두고 시장 안착을 위해 국내 주요 병원 의료진에 임상 연구를 제안했다. 회사에서 임상 연구비를 대줄 테니 스텐트 임상은 물론 이후 심혈관계협착 수술 시 자사 스텐트를 사용해달라는 취지였다. 제노스는 2016년 8월부터 현재까지 전국 54개 병원에 임상 연구비 명목으로 총 37억 원을 지급했다.
임상 연구비를 주객전도식으로 이용한 제노스의 리베이트 영업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제노스의 DES 매출은 2016년 3억 원에서 2022년 49억 원으로 증가했다. 매출액 중 임상 연구 계약 체결병원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3%에서 88%로 늘었다. 제노스 DES 판매 대부분이 임상 연구 계약을 맺은 의료기관과 거래에서 이뤄졌다는 얘기다. 게다가 스텐트 시술은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라, 이들 의료기관은 제노스에 지급한 기기 가격 등을 국민건강보험에서 100% 돌려받았다.
통상 임상 연구는 의료기기회사의 연구개발 부서가 나서는데, 제노스는 영업부서에서 주도적으로 임상 연구를 기획했다. 공정위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제노스는 매출을 높이기 위해 병원 내 의료진 연구 내용이 중복되지 않도록 계획단계부터 관여했다. 리베이트 우려로 연구 승인이 거절되자 연구 유형을 수정해 다시 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제노스의 행위가 부당한 고객유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의료기기업계가 자율적으로 마련한 공정경쟁규약은 의료기기를 판촉 하기 위한 수단으로 임상 연구를 지원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의료기기 시장은 소비자가 직접 의료기기를 선택할 수 없는 특수한 시장"이라며 "업체로부터 대가를 받고 소비자에게 적합한 제품보다 의료인에게 이익이 되는 의료기기를 선택한 셈인데, 이는 공정한 거래질서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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