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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옆 닭장 같은 교실 못 참아"… 당곡초 학부모들 피켓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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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옆 닭장 같은 교실 못 참아"… 당곡초 학부모들 피켓 들었다

입력
2024.07.25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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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 두고 또 진통
내년 착공 앞두고 학부모들 "재투표해야"
시 교육청 "마음 이해… 안전 신경 쓸 것"

24일 서울 관악구 당곡초등학교 앞에서 학부모들이 손팻말을 든 채 시위하고 있다. 최현빈 기자

24일 서울 관악구 당곡초등학교 앞에서 학부모들이 손팻말을 든 채 시위하고 있다. 최현빈 기자

24일 서울 관악구 당곡초등학교에선 여름 방학식이 열렸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우중충한 날씨에도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 얼굴은 방학에 대한 기대감으로 밝았다. 학부모 30여 명도 활짝 웃으며 배웅했다. 그러나 자녀들이 교문 안으로 들어가자 학부모들은 금세 비장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들은 근조 화환에 쓰이는 흰 띠 200여 개가 죽 걸린 학교 담장을 등진 채 준비해 간 손팻말을 들었다. 흰 띠와 손팻말엔 '아이들 안전담보 결사반대' '애들이 실험 대상이냐' '모듈러가 좋다고? 현실은 닭장이다'와 같은 문구가 담겼다.

학부모들이 4주째 이 같은 '등교 시위'를 하고 있다. 교육부의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 때문이다. 지어진 지 40년 이상 지난 학교를 첨단 시설을 갖춘 친환경 건물로 일부 리모델링 또는 개축하는 사업으로 당곡초는 2021년 선정됐다. 1974년에 세워져 쉰 살이 된 학교를 쾌적하게 바꿔준다는데 부모들은 왜 분노하는 걸까.

공사장과 3.5m 떨어진 '임시 교실' 불안

서울특별시 동작관악교육지원청에서 만든 '당곡초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개축공사 설계용역' 설명 자료. 당곡초 학부모 제공

서울특별시 동작관악교육지원청에서 만든 '당곡초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개축공사 설계용역' 설명 자료. 당곡초 학부모 제공

당곡초 건물 면적은 약 3,510㎡(1,061평)로 학교치고 작은 편이다. 서울시교육청 설계에 따르면 이 가운데 약 1,017㎡(307평)짜리 다목적 강당만 남기고 내년 1월부터 모두 공사에 들어간다. 공사가 진행되는 3년간 운동장도 사용할 수 없다. 아이들은 1층당 10개 교실씩 3층 높이로 만들어질 조립식 교실(모듈러)에서 지내야 하는데, 이 교실과 공사 현장을 분리하는 가벽의 거리가 3.5m 정도에 불과하다. 학부모 A씨는 "진동이며 소음이며 안 느껴질 리가 있겠냐"고 성토했다.

사업을 추진하는 시교육청과 반대하는 학부모 사이에 끼인 당곡초도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당곡초는 2021년 6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토론회 참여 안내문 등 가정통신문을 17차례 발송했고,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사업 참여 전 실시한 투표에서는 조건부 동의를 포함해 80% 가까운 학부모들이 찬성 의견을 냈다. 그러나 타당성 검토부터 재산관리계획 등 여러 절차를 밟는데 시간이 걸려 올해 3월에야 공사 계획이 하달되며 사달이 났다. 학부모들은 "투표 당시 학교를 다니던 아이들 중 절반은 졸업했다"며 "다시 투표를 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공사 앞둔 학교만 70곳... "안전 관리 힘쓸 것"

2021년 8월 서울 양천구 목동초 교문 앞에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선정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보낸 근조 화환이 전시돼 있다. 뉴스1

2021년 8월 서울 양천구 목동초 교문 앞에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선정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보낸 근조 화환이 전시돼 있다. 뉴스1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이 학부모 반발에 부딪힌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1년 9월 영등포구 대방초와 강남구 언북초 등 9개 학교 학부모들이 뭉쳐 '사업 철회'를 밀어붙였고, 시교육청이 수용하기도 했다. 서울 내 해당 사업 대상 학교는 첫 추진 당시 213곳에서 올해 6월 기준 89곳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강동구의 둔촌초 등 큰 마찰 없이 공사가 진행되는 곳도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진통이 이어질 수 있다. 사업에 선정된 학교 가운데 70개 가까운 곳은 아직 공사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는데 막상 삽을 뜨려고 하면 학부모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시교육청 담당자는 "그렇다고 매년 투표를 진행하거나 노후화한 학교를 그대로 둘 수도 없는 노릇"이라면서도 "학부모들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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