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받은 백해룡 경정 서울청에 접수
영등포 형사과장→일선 지구대장 좌천
백 경정 "외압 알린 대가로 당한 보복"
"마약 수사에서 경찰 고위층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백해룡 경정이 자신에게 내려진 경고 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경찰청에 이의를 신청했다. 처분권자인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현 서울경찰청장)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보복성은 없다"고 해명했으나, 이의신청이 접수됨에 따라 경찰 내부에서도 해당 조치가 적절했는지 검토에 나설 전망이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실은 이날 △공보규칙 위반 △검사 직무배제 요청 공문 발송 등의 사유로 경고 조치를 받은 백 경정의 이의신청서를 접수했다.
백 경정은 이달 17일 인천공항 세관 직원의 마약 밀반입 연루 의혹을 수사하던 중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에서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전보되며 수사에서 배제됐다. 언론을 통해 경찰 고위간부의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된 뒤라 '보복 인사'라는 논란이 일었다. 백 경정은 지구대 근무를 시작한 이튿날 서울청장인 조 후보자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는데, 해당 조치를 받은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이의를 신청한 것이다. 경고는 정식 징계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근무평정에 반영돼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조 후보자는 29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백 경정에 대한 경고는 절차에 따른 것일 뿐, 보복성은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조 후보자는 국회에서 "(인천세관 사건은) 서울청에서 집중수사 지휘사건으로 분류했는데 백 경정은 보고 없이 여러 차례 공보규칙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백 경정이 임의로 서울남부지검에 담당 검사의 직무배제 요청 공문을 보낸 점도 지적됐다. 형사소송법상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기각했을 경우, 영장심의위원회에 검찰 처분 적정성을 심의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백 경정은 이런 절차 없이 검찰에 직무배제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는 "남부지검에 공문을 보낸 건 위법하기보다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 경정은 이런 처분 사유를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보규칙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경찰 공보규칙 12조에 따르면, 공보책임자는 수사사건 등을 공보하는 경우 미리 상급기관의 수사부서장 등에 공보내용 등에 관해 보고해야 한다. 다만 백 경정은 인천세관 사건의 경우 이미 보도자료까지 낸 사안으로 '사전 보고를 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브리핑 이후 공보는 오보 방지를 위한 차원이라는 취지다.
서울청은 해당 사건을 집중수사 지휘사건(중요사건)으로 분류했다고 해명했으나, 이 분류는 공보규칙 위반이 의심되는 보도 이후에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경고 사유인 '검사 직무배제 요청 공문 발송’ 또한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게 백 경정 입장이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백 경정은 지난 5월 서울청에 영장심의위원회 심의 신청을 요청해달라고 건의했으나 이후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 사이에서는 '수사실무상 공문 발송은 부서장(과장) 전결 사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차기 경찰청장에 지명된 조 후보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청문감사관실에서 이의신청을 접수해 이후 절차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사건은 세관 직원들이 마약 반입에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영등포서는 지난해 1월 말레이시아에서 제조된 필로폰 74㎏을 국내에 몰래 들여와 유통한 16명을 범죄단체조직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거하고, 1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백 경정의 수사팀은 세관 직원이 밀반입에 연루됐다는 진술을 확보해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었는데, 당시 서울청 생활안전부장이었던 조병노 경무관이 백 경정에게 전화해 "언론 브리핑에서 세관 내용이 나오지 않게 해달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결국 수사외압 논란으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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