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엽사들 고의·실수로 노루 포획 의혹
노루 흔적 지우고 고라니라며 포상금
비전문가는 암컷은 구별 어려울 수도
지자체 담당자 전문성 제고 노력 절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한 멧돼지 포획, 농작물 피해 방지를 위한 고라니 포획 등 유해야생동물 포획이 활발한 가운데 일부 엽사들이 암암리에 포획이 금지된 노루를 불법포획한 뒤 포상금을 챙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루는 보호종은 아니지만 별도의 허가가 있어야 잡을 수 있다.
야생생물관리협회 대구경북지부 관계자는 1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대구 동구청 유해야생생물 보관 냉동고에서 고라니 한 마리와, 6월 24일에 포획했다는 스티커가 붙은 노루를 발견해 구청에 문제제기했다"고 말했다. 반면 대구 동구 측은 "협회의 민원 제기에 지역 동물병원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암컷 고라니라고 판단해 사건을 종결했다”고 말했다. 동구는 이 엽사에게 고라니 포획 포상금 3만 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지자체가 15~50명 규모로 운영하는 유해야생생물피해방지단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멧돼지, 고라니 등을 잡을 수 있다. 지자체별로 몇만 원(고라니)에서 최대 67만 원(멧돼지)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하지만 지자체 관련 담당자들은 전문성이 떨어져 포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고라니와 포획허가를 받아야 하는 노루를 분별할 능력이 없어 엽사 주장만 믿고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나온다. 문제의 동물 사체를 사진상으로 살핀 한 국립대 수의학과 교수는 "포획된 고라니와 다른 동물 한 마리는 다른 종이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고라니 사체는 털색이 검은빛이 돌지만, 다른 한 마리 사체의 털색은 한우처럼 황색에 가깝고 엉덩이에 번식기에 뚜렷해지는 하트 모양의 흰색 털이 일부 남아 있다. 고라니보다 덩치도 확연히 크다.
민경태 야생생물관리협회 대구경북지부 사무국장은 “멧돼지, 노루, 고라니 같은 동물은 현장 엽사들이 가장 잘 안다”며 "일부 엽사들이 유해야생동물을 잡겠다며 나가서 고의 내지 실수로 잡은 노루를 기름값이라도 챙기겠다는 생각으로 고라니로 속여 포상금을 챙기는 일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진균 야생생물관리협회 상주지회장은 “일부 엽사들이 노루 엉덩이 부위 털을 깎거나 불로 그슬려 고라니로 속이는 일이 있다”고 말했다. 경북지역 지자체 환경부서 관계자도 "엽사들이 불투명한 비닐에 담아 오는 경우도 있고, 전문가가 아니라 엽사들이 고라니라고 주장하면 그냥 넘어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앞서 지난 4월엔 충북 옥천에서, 또 지난해 경북 성주군에서 노루를 고라니라고 속여 포상금을 받은 엽사가 문제 되기도 했다. 김 지회장은 “수의사들도 전공자가 아니면 잘 모를 수 있다"며 "6개월~1년 안에 바뀌는 지자체 담당자들의 순환보직 문제를 개선해 전문성을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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