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위원장에 윤용섭 변호사 선출
이상민과 같은 로펌 근무한 인연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을 대리했던 변호사가 국가경찰위원회 새 위원장으로 뽑혔다. 경찰위는 경찰 운영의 중립·공정성을 위해 1991년 설치된 합의제 심의·의결기관이다. 경찰 정책 결정에 국민 의사를 반영해 민주적 통제를 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설치된 이 위원회에, 이 장관과 인연이 깊은 인사가 임명되면서 행안부의 경찰 통제 논란에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국가경찰위는 20일 오후 임시회의를 열고 윤용섭(69·사법연수원 10기) 전 법무법인 율촌 총괄대표를 12대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경찰위 비상임위원에 윤 위원장을, 상임위원에 김정석 전 서울경찰청장를 임명했다. 임기가 종료된 김호철 위원장과 박경민 상임위원의 후임 인사로, 이들의 임기는 2027년 8월 19일까지 3년이다.
윤 위원장은 경찰국 설치를 주도한 이 장관과 인연이 깊다. 같은 판사 출신인 이 장관과 법무법인 율촌에서 함께 근무했다. 탄핵심판 당시 이 장관이 윤 변호사에게 대리인을 맡아달라고 직접 요청했을 정도로 친밀한 사이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헌법재판관 만장일치로 기각했다.
경찰법에 따르면, 경찰위 위원은 행안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결국 이 장관이 탄핵심판에서 본인을 대리했던 변호사를 직접 산하기관 위원으로 천거했다는 얘기다. 위원장은 상임위원을 제외한 비상임위원 6명 중에서 호선으로 선출되는데, 임시회의 전부터 윤 변호사가 사실상 위원장에 내정됐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김호철 전 위원장 역시 전임 위원장 임기 만료와 함께 위원으로 임명돼, 임시회의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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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찰위원장 인사를 계기로 2022년 8월 경찰국 출범 당시 있었던 경찰의 독립·중립성 논란이 재점화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경찰국 신설 당시 경찰 인사권과 징계권을 장악하려는 시도라며 거센 반발이 일었다. 전국 경찰서장(총경)들이 집단 반대 행동을 벌인 '총경의 난'까지 벌어졌다. 당시 경찰위도 이 장관을 상대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는 등 반대 입장에 섰다.
앞서 행안부는 올해 4월 '경찰행정의 발전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지휘·감독권 확대를 암시하기도 했다. 행안부 장관의 권한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경찰위의 역할 축소는 불가피한데, 이 장관과 가까운 인사를 위원회에 배치하면서 이 개편 작업을 수월하게 하려는 것일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윤 변호사는 "국가의 이익을 위한 길을 모색하고 국민이 경찰에 바라는 바를 고민하겠다"는 선출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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