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퇴직금 1000만원 못 받고 신고
노동청 조사 때 경찰관이 알고 단속
임금체불 신고 과정에서 미등록(불법체류) 사실이 알려져 단속당한 외국인 노동자 사건을 두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외국인 노동자 방어권 보호를 위해 통보의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출입국관리법상 통보 의무는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강제퇴거 대상자에 해당하는 외국인 등을 발견하면 그 사실을 출입국·외국인 관계당국에 알리도록 한 제도다.
인권위는 지난달 26일 법무부 장관에게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에 미등록 외국인의 권리구제를 위한 규정을 신설하라"고 권고했다. 임금체불과 같은 피해를 당해 지방고용노동청에서 조사를 받거나 근로감독을 받을 때는, 담당 공무원이 불법체류 사실을 알더라도 관계기관 통보 의무를 면제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A씨는 근무하던 금속 가공업체로부터 1,000만 원에 달하는 퇴직금과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지방고용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A씨는 조사를 위해 지방고용청에 출석했지만 "노동자가 자신을 협박한다"는 내용의 사업주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미등록 외국인임이 확인돼 현행범으로 체포, 출입국사무소에 인계됐다. A씨는 이로 인해 권리구제 절차에서 방어권을 침해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이미 A씨의 체류 기간이 지나 강제퇴거명령서가 발부됐다며 A씨 진정을 기각했다. 경찰관이 현행법에 따라 자기 업무를 수행한 것이기에 인권침해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임금체불 피해를 당한 미등록 외국인에 대한 조사 및 권리구제를 담당하는 지방고용청에서 통보 의무가 적용된다면, 미등록 외국인이 강제퇴거를 우려해 권리구제를 포기하거나 이들의 취약한 상황을 악용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인권위는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통보 의무 면제 범위에 '지방고용노동청의 조사와 근로감독'을 추가해야 한다고 판단해 법무부 장관에게 이를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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