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병원에 폭탄물 투척한 70대 "진료받았는데 이가 아파서"

수일 전 부탄가스 구입해 폭탄물 제작

광주 상무지구 한 치과에 폭발물을 투척한 70대 남성이 23일 광주 서부경찰서 진술실에 들어가고 있다. 뉴스1

광주 한 치과병원에 폭탄물을 만들어 투척한 70대 남성은 치과 치료에 대한 불만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치과병원에 폭탄물을 투척해 도주한 뒤 자수한 A(78)씨는 "보철물 치료를 받은 이후에도 통증이 느껴져서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병원 관계자들도 "A씨는 보철물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흔들림이 있어 진료에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A씨가 범행 전 병원을 찾아 난동을 부린 일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폭발물에 쓰인 인화물질을 미리 구입한 정황도 파악했다. A씨가 수일 전 준비한 부탄가스와 범행 당일 구매한 휘발유를 조합해 폭탄물을 제작한 점에 비춰 계획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범행 당일 A씨를 외래진료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병원을 찾지 않았고 이날 오후 1시 7분쯤 소주를 마신 뒤 치과에 나타나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병원 내부엔 의사와 간호사 등 병원 관계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그가 투척한 폭발물이 세 차례 연달아 터지면서 건물이 흔들렸고, 치과병원과 이 건물 4층 한방병원 관계자, 환자 등 95명이 긴급 대피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3차례 폭발음과 함께 연기와 불꽃이 일어 병원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서 9분 만에 진화됐다.

범행 직후 A씨는 택시를 타고 광주 광산경찰서 인근으로 도주한 뒤 한 식당에서 소주를 2병 마신 후 자수했다. A의 정신질환 병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폭발물 제작 경위와 자세한 범행 전후 행적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광주=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