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표준점수 지켜줄게" 게시글 화제
과탐Ⅱ 과목 응시 인원 수천 명 불과
"마음만 먹으면 표준점수 상향도 가능"
내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원서 접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자녀가 선택한 과목의 표준점수를 높여줄 목적으로 학부모가 특정과목 수능을 응시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사교육 전문가들은 응시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과목은 이 같은 방법으로 수험생의 표준점수나 등급을 올리는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29일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최근 한 입시 관련 커뮤니티에 올라온 '수능 원서 냈어요~ 4교시만'이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되고 있다. 해당 글 작성자는 "이전 학부모님 글 보고 용기 얻어 주민등록등본 초본, 졸업증명서, 여권 사진 2장 들고 가서 응시 원서를 냈다"고 밝히며, "우리 아이들 화학Ⅰ, 생명과학Ⅰ 표준점수는 엄마가 지켜줄 거야!"라고 했다.
작성자가 공개한 응시 원서 접수증에는 국어, 수학, 영어, 제2외국어는 선택하지 않고, 한국사와 과학탐구 중 화학Ⅰ, 생명과학Ⅰ만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글에는 "화생러(화학·생명과학 응시자)인 아이를 위해 응시 원서를 냈다. 카드 결제를 했다. (나는) 수능 200점 만점 시절 수능 세대인데"라는 댓글도 달렸다. 자녀를 위해 수능에 응시한 부모가 더 있는 셈이다.
학부모들이 수능 특정 과목에 응시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아, 해당 과목을 응시하는 자녀의 표준점수와 수능 등급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표준점수는 수험생 전체 평균에 대비해 해당 수험생의 상대적 위치나 성취 수준을 보여 주는 점수다. 예컨데 원점수는 90점으로 같더라도, 특정 과목의 평균점수가 낮으면 해당 과목에 응시한 수험생의 표준점수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올 수 있다.
특히 일부 대학들이 이공계 진학을 원하는 수험생들이 과학탐구에 필수적으로 응시하도록 하는 제도를 폐지하면서,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 과목을 선택하는 이른바 '사탐런' 현상이 나타난 것도 학부모들이 수능에 응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6월 모의고사 응시 인원을 보면 일부 중하위권 대학 이공계열에 진학하려는 학생들 중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를 선택한 인원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과학탐구를 선택한 상위권 학생들 입장에선 하위권을 받쳐주던 학생들이 빠져나간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상대적으로 불리해졌다고 느낀 상위권 학생의 부모가 스스로 수능에 응시해 하위권 학생의 역할을 대신하고, 자녀의 표준점수를 높이겠다는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의대 진학을 노리는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응시하지만 전체 응시 인원이 수천 명에 불과한 과학탐구Ⅱ 과목들은 여러 부모가 합심해 응시하고 0점을 맞으면 '의도적인 표준점수 높이기'가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물리학Ⅱ, 화학Ⅱ 과목은 응시자가 각각 3,800여 명과 3,600여 명에 불과한 반면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응시자는 15만 명 내외에 달했다. 응시자 규모가 약 40배나 많은 셈이다.
임 대표는 "사회탐구와 달리 과학탐구는 올림피아드 대회 성적 등을 통해 누가 해당 과목의 최상위권 학생인지 쉽게 알 수 있다"면서 "특정 학생을 위해 점수를 깔아주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표준점수를 높여줄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물리학Ⅱ는 결시율도 약 20%로 매우 높은 편인데, 의도적으로 하위권 학생들을 불필요하게 응시하도록 한 것이 아닌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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