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재미학자의 입장에서 한국의 사회, 정치, 경제, 외교, 안보 등에 관한 주요 이슈를 다루고자 한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반도의 모습과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에 나아갈 방향을 글로벌 시각에서 제시하려 한다.
경제와 기술력, 강대국 반열에 오른 인도
종교, 낡은 관습의 나라라는 편견 버리고
인도와 글로벌 인도계와의 협력 확대해야
국제사회에서 인도의 약진과 인도계의 활약이 엄청나다. 인도의 국민총생산(GNP)은 세계 5위로 식민 종주국인 영국을 추월했으며, 인구는 중국을 넘어 세계 1위가 됐다. 2024년 현재 유니콘의 숫자는 71개로 미국, 중국에 이어 3위에 달하고, 2030년에는 기술 인력이 무려 2억5,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10년째 집권하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올 선거에서도 승리해 네루 총리 이후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인도 지도자가 됐다.
세계 곳곳의 경제, 의학, 학계, 국제기구 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도계 디아스포라는 정치적 영향력도 키우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는 여전히 예측불허지만 인도계 정치인들의 영향력이 늘어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의 어머니가 인도계이고,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아내인 우샤 밴스도 인도계다. 영국에선 인도계인 리시 수낵이 총리를 지낸 바 있다.
더구나 인도계 디아스포라는 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본국의 인재를 해외 대학이나 기업에 데려오거나, 인도 내에서 창업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본인들이 재직하는 글로벌 기업과 인도의 값싸고 우수한 노동력을 연결시키는 등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미국의 기술 전문 비자라고 할 수 있는 H1B 비자의 4분의 3가량이 인도계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도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Bengaluru)에는 실리콘밸리 등에서 성공한 디아스포라의 지원을 통해 유니콘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이곳에 투자된 금액이 2010년에는 5억5,00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2017년 20억 달러에 달했고(6,000개 스타트업에 투자) 2025년에는 300억 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달리 인도는 아직 미국 등과 기술 분쟁이나 해외 인재 유치와 관련한 갈등이 없다.
국제 무대에서 인도와 인도계의 약진은 한국의 대외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소위 '4강 외교'의 틀에서 벗어나 인도의 비중을 대폭 늘려야 한다. 인도가 냉전시대에는 비동맹의 기수였지만 지금은 자유 진영과 연대하고 있으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서 국제사회의 역할도 증대될 것이다. 한국도 동방(미국·일본), 북방(중국·러시아)을 넘어 적극적인 남방정책을 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인도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버리고 올바른 인식 제고와 협력 강화가 급선무다. 한국인들에게 인도라고 하면 마하트마 간디나 타지마할과 같은 긍정적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 힌두교, 카스트 제도, 성차별 등 종교와 오래된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무질서하고 가난한 국가라는 인상이 크다.
경제적으로도 제조업에 강한 한국과 소프트웨어 강국인 인도 간에는 상호 보완성이 크다. 한국은 저출산·고령화로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인도는 인구가 젊고 우수한 기술 인력을 배출하고 있어 한국엔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중국이 한국의 중간재 수출에 기회의 땅이었다면 인도는 기술 인력의 공급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미국 등 주요국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도계와의 유대 강화도 중요하다. 21세기에선 국가뿐 아니라 디아스포라 커뮤니티도 중요한 외교 대상이다. 특히 실리콘밸리나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인도계의 인적, 사회적 자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가령 젊은 인도계 엔지니어나 기업인들을 한국에 유치해 창업을 지원하면서 이들이 갖고 있는 인적자원과 해외네트워크를 한국에 접목시킬 수 있다.
세계는 점점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인도와 인도계에 대해 새로운 인식과 접근이 요구된다. 2024년 미국 대선은 이러한 큰 흐름의 단면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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