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Q. 안녕하세요, 올해로 3살 된 코숏 수컷 고양이(중성화 완료) 보호자입니다. 정말 순하고 착한 아이라서 매일매일 함께 하고 있는 게 기쁘다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 예전부터 품은 걱정의 씨앗이 점점 움트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우리 고양이는 새끼 때 병원에서 심장 크기가 조금 크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처음으로 반려생활을 하는지라 그 말을 듣자마자 심장 초음파도 받았고, 이상 없다는 말을 듣고 안심하고 지내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사이에도 크게 눈에 들어오는 일은 없었어요. 그런데 최근 2개월 전부터 제 눈에 들어오는 장면들이 있었어요. 사냥놀이를 즐기는 편이라 평소에는 15분 정도는 실컷 놀아줘야 그만두는데, 요새는 5분에서 10분 정도면 금방 털썩 누워버려요. 그러고는 입을 열고 헉헉대며 호흡을 해요. 소위 개구호흡이라 부른다는 걸 알았는데, 한 30초 정도 그러다가 괜찮아지긴 하지만 심장 얘기를 처음 들었던 만큼 쉽게 넘기지 못하겠더라고요. 최근에 동물병원에서 proBNP 진단도 받았는데, 정상 범위라고 말은 들었어요. 그래도 눈에 보이는 증상이 있는 만큼 쉽게 넘기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이 친구를 관찰하고 케어해줘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도움을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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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녕하세요.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자 '24시간 고양이 육아대백과' 저자 김효진 수의사입니다. 오늘은 고양이가 입을 벌리고 호흡하는 모습에 걱정이 되신 보호자님이 사연을 보내주셨는데요. 사연자님께서 먼저 말씀하셨듯, 고양이가 입을 벌리고 호흡하는 모습을 '개구호흡'(Panting)이라고 합니다. 사실 고양이는 개와는 달리 개구호흡을 잘 하지 않고, 이런 모습이 실제로 응급상황과 관련이 되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집사가 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데요. 그래서 오늘, 고양이의 개구호흡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집사들이 고양이의 개구호흡을 걱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런 증상이 고양이 심장병과 관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고양이에게 가장 흔한 비대성 심근증(Hypertrophic Cardiomyopathy · HCM)을 비롯 확장성, 제한성 심근증 등의 심장질환이 심화되어 폐에 물이 차거나, 폐가 붓거나 혹은 심장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 고양이는 호흡곤란을 겪게 되고 이로 인해 입을 벌리고 호흡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만약 놀고 난 직후이거나, 너무 덥거나,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에서 고양이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일단 고양이가 안정을 취하도록 해줍니다. 하지만 잠시 안정을 취해도 이런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응급상황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동물병원을 찾아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고양이가 호흡을 힘들어하고, 혀의 색이 보랏빛으로 느껴지는 경우라면 위험할 가능성이 높으니 즉시 병원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이 때, 꼭 주의할 점!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최대한 고양이가 안정을 취하도록 도와주세요. 집은 고양이가 가장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끼는 장소인데요. 집에서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경우, 남아있는 호흡 보유력이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이동 스트레스가 발생하게 되면 고양이가 견딜 수 없는 수준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집사가 최대한 침착하게 대응하고, 고양이의 체취가 묻은 담요 등으로 이동장의 일부를 가려주고(너무 덥지는 않게 해 주세요!), 이동장이 과도하게 흔들리지 않게 조심하면서 병원에 도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모두 경우가 이런 응급상황은 아닐 수 있습니다. 심장질환이 있지만 심하지 않은 경우, 상부호흡기계 증후군이나 심장사상충 감염과 같은 호흡기계 감염성 질환, 천식 등으로 인해 폐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도 스트레스 상황에서 잠시 개구호흡이 발생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심혈관계 질환이 아닌 경우에도 개구호흡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통증이 심하거나, 신경계 증상이 있는 경우, 빈혈이 심한 경우 등에도 고양이가 입을 벌리고 호흡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양이가 개구호흡을 반복하는 경우에도 고양이가 아픈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는 것이 추천됩니다. 특히 고양이가 식욕이나 활력이 저하되는 모습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서 원인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만 모든 개구호흡이 질병과 관련된 것은 아닙니다. 앞서 잠시 언급된 것과 같이 과도한 운동, 흥분 상황, 덥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정상의 고양이도 더러 입을 벌려 호흡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병원을 도착한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개구호흡을 하는 모습을 수의사들은 더러 보기도 합니다. 따라서 병원으로 이동 중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집사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주둥이가 짧은 단두종(Bracycephalic) 고양이에서 개구호흡이 좀 더 쉽게 관찰될 수 있는데, 단두종 고양이의 대표적인 품종에는 페르시안, 엑죠틱, 브리티쉬 숏헤어, 히말라얀, 스코티쉬 폴드와 같은 종류가 포함됩니다. 또한 비만한 경우에도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개구호흡이 좀 더 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편 놀이 시간이 짧아지고 쉽게 지치는 증상은 연령에 따른 자연스러운 반응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1살 이전에 캣초딩 시절을 거쳐 보통 2,3살 정도까지는 고양이들이 아주 활발하게 놀지만 그 이후에는 어른 고양이가 되면서 놀이 시간이나 활력이 많이 줄어드는 모습을 자주 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릴 때에 비해 체중이 많이 늘어난 경우라면 이런 증상이 더욱 눈에 띌 수 있습니다. 만약 병원 검진을 통해 심장을 비롯한 고양이의 건강 상태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이 되었다면, 체중관리를 비롯해 환경 온도와 습도 등의 생활환경 개선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고양이 다이어트 시에는 급격한 체중 감량이 위험할 수 있으니, 주 당 1% 수준의 속도로 체중을 줄이고 이 과정에서 고양이가 식욕이나 활력이 저하된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안전하겠습니다.
또 평소 고양이의 호흡 수를 잘 체크해 보는 것도 추천됩니다. 호흡 수는 활동하거나 흥분했을 때 정상의 경우에도 크게 오를 수가 있기 때문에, 고양이가 잠을 자고 있을 때 측정하는 ‘수면 중 호흡 수’가 기준이 됩니다. 고양이가 잠을 자고 있을 때 배가 오르락 내리락 숨을 쉬는 것을 1분 동안 세어보세요. 대략 1분에 20회 내외가 안전하지만, 30회가 훌쩍 넘는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안전합니다.
고양이는 아픈 것을 잘 숨기는 동물입니다. 특히 호흡곤란의 경우는 보호자가 눈치 채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고양이가 평소에 생활하는 집은 고양이가 가장 안정감을 가지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가정에서 고양이가 호흡에 곤란을 느끼는 수준이라면, 이미 굉장히 위급한 상황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평소 고양이가 잠을 자고 있을 때 호흡수를 주기적으로 세어보고, 고양이 호흡이 이상한 경우라면 사연을 보내주신 집사님처럼 검진을 통해 행여 건강 상 문제가 있지는 않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집사님이 관심을 잘 기울여 주시는 만큼 고양이가 아픈 곳 없이 건강하고 활발한 묘생을 지낼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고양이와 집사님의 행복한 묘생을 기원하며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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