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자금난'에 학교 공사 중단
파주 운정7초교, 개교 1년 지연 '날벼락'
2022년 개교 안성 중고통합 '신나는학교'
기숙사 연말에나 완공 예상
고교과정 학생 이용 못하고 졸업할 듯
불황과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계의 여파가 학교에도 미치고 있다. 수도권 학교들의 공사 중단이 속출하면서 개교가 지연되거나 기숙사를 이용하지 못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됐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에 신설되는 운정7(가칭) 초등학교가 대표적인 예다. 2일 경기도교육청과 파주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착공한 운정7초교(30학급·800여 명)는 시공을 맡은 A업체의 경영난으로 올해 초 공사가 중단됐다. 공사비 250억 원이 투입되는 이 학교의 현재 공정률은 고작 0.3%. 내년 3월 개교하려던 계획도 2026년 3월로 1년 연기됐다. A업체는 부실 채권이 쌓이면서 심각한 경영난으로 더 이상 공사를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파주교육지원청은 지난달 A업체와 공사계약을 정식 해지하고, 이달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혼란은 피해 갈 수 없게 됐다. 당장 운정7초교 학군 내 있는 운정지구 초롱꽃마을 4(608가구)·5(534가구)·6(778가구)·7단지(678가구)가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특히 운정7초교와 가깝고, 올해 말 입주 예정인 4·5단지 학생들은 인근 초롱초교 또는 두일초교로 분산 배치돼 수업을 들어야 할 형편이다. 예비 학부모인 김모(45)씨는 “길게는 1㎞는 더 걸어가야 하고, 큰길을 건너 통학해야 해, 아이 안전이 제일 걱정”이라며 “운정7초에 배정될 예정인 아이들이 기존 두 학교에 무리하게 배치돼 과밀학급도 우려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승철 운정신도시연합회장은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는 건설업체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재정상황 등 종합적인 시공능력을 따져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개교 당시 기숙형 중·고 통합학교 형태로 운영하겠다고 공언했던 안성 ‘신나는학교(중고교 통합)’ 기숙사(96명 수용)도 지난 6월 19일 시공업체 B사가 공사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공사가 잠정 중단됐다. B사는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공사 진행이 어렵다”고 안성교육지원청에 밝혔다. 그동안 차량으로 30분 떨어진 외부 임시숙소에서 생활하며 통학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는 8월 17일 입소 예정일을 기대했지만, 날벼락 같은 소식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신나는학교 학교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는 “고행의 길을 끝내고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무너져 더 안타깝다”며 “기숙사 입주에 맞춰 짜놓은 교육과정도 전혀 할 수 없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학교는 올해 말에야 기숙사가 완공될 전망이다. 2022년 고교 과정 입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한 번도 못 한 채 졸업해야 할 판이다.
경기도 내 교육시설 공사는 수십 곳이 진행되고 있어 중단 사례가 더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 교육청에 따르면, 경기지역에서 2025년 9월까지 개교를 목표로 신축 중인 유치원, 초·중·고교는 56곳이다. 교육실, 체육관 등 시설개선공사 중인 학교는 35곳으로 파악됐다. 이 중 시공사의 내부 사정으로 공사가 예정보다 늦어지는 사업장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귀태 도 교육청 시설과장은 “지방계약법에 따라 시공사의 재무상태, 시공능력을 검증해 공사계약을 맺고 있으나, 최근 건설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공사 진행 중 자금난을 겪다 공사를 포기하는 업체가 생기고 있다”며 “시공사의 책임시공 능력을 더 꼼꼼히 들여다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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