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연기 확산 안 되도록 조치 안 취해"
재판부 중대과실 지적, 법정 최고형 선고
지난해 성탄절 새벽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실내흡연 뒤 담뱃불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해 불을 낸 70대 남성이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화재로 발화 가구 위층에 거주하던 30대 남성이 생후 7개월 된 딸을 품에 안고 뛰어내리다 목숨을 잃었다. 화재 발생을 최초로 신고한 또 다른 30대 남성도 비상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병원에 입원했던 박모씨도 올해 6월 병원에서 끝내 숨져 3명이 사망하고 2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최형준 판사는 4일 중실화·중과실치사·중과실치상 등 혐의를 받는 김모(78)씨에 대해 법정 최고형인 금고 5년을 선고했다. 다만, 배상명령 신청은 민사 절차로 청구해야 한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금고형은 교정시설에 수감되지만 노역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징역형과는 다르다.
김씨는 지난해 성탄절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 3층 자택에서 담배를 피우다 불을 낸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 결과, 그는 약 7시간 동안 바둑 영상을 보면서 담배를 피우다 담배 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은 채 집을 나갔고, 그 불씨가 방 안에 있던 가연물에 옮겨붙어 불길이 번진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담뱃불을 재떨이에 비벼 껐다"며 부인했지만 최 판사는 △발화 부위가 피고인의 자택 내 컴퓨터 방으로 한정돼 있다는 수사기관의 합동 감식 결과 △해당 화재가 전기적, 기계적, 가스적 방화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소방 조사 결과를 토대로 피고인 주장을 물리쳤다.
재판부는 또 화재 연기가 확산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에 중대 과실이 있다고 봤다. 최 판사는 "현관문을 열어놔 화재가 확산돼 그 피해가 커졌다. 화재 확인 뒤 소방 신고를 하는 등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망한 피해자들이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유족들은 한순간에 사랑하는 가족들을 떠나보냈다"며 "피고인이 범행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유족들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하는 등 엄중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선고가 끝난 뒤 유족은 "법정 최고형 선고는 위안이 된다"면서도 "죽어서도 천벌을 받아야 한다. 우리는 용서를 못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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