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체감경기, 지표에 크게 못 미쳐"
수출-내수 회복 속도 차이 지속되고
생활물가·가계부채·부동산 영향도
성장률이 완만하게 회복하고 물가 상승률이 꺾였는데도, 가계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고금리·고물가에 산업구조 변화, 수도권 집값 상승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려 지표와 체감경기 간 괴리를 만들었다는 게 한국은행 진단이다.
수출·내수 불균형, 높은 생활물가, 가계빚...
이종웅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과 김윤재 조사역은 5일 블로그 게시글 ‘경제 지표의 그늘, 체감되지 않는 숫자’에서 “경제주체들이 소득, 체감물가, 타인과 자산 격차 등을 감안해 평가한 주관적 경기는 지표경기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저자들이 지목한 핵심 원인은 ①‘수출과 내수 간 불균형’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정보기술(IT) 경기 호조에 힘입어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이 이뤄졌는데, 상대적으로 다수가 종사하는 내수 업종이 부진해 전체 체감경기를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수출과 내수의 회복 속도 차이가 지속되는 이유를 구조적 요인과 경기적 요인으로 나눠 설명했다. 먼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도체, IT기기 등 자본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 업종이 재편돼 수출이 국내 고용과 가계 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전보다 줄어들었다고 짚었다. 첨단분야의 해외직접투자가 늘어난 점도 국내 설비투자 필요성을 약화시켰다. 경기 측면에선 고금리·고물가 부담이 가계 소비 여력에 타격을 줬고, 지난해 제조업 실적 악화로 기업 투자마저 위축돼 내수가 뚜렷한 개선을 보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②주요국 대비 높은 생활물가도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꼽았다. 저자들은 “최근 물가급등기에 식료품 등 필수 소비재 가격이 여타 상품보다 크게 상승했다“며 “높은 생활물가는 의식주 소비 비중이 높은 저소득가구, 고령층에 더 큰 부담이 된다”고 부연했다. 또 ③고물가에 대응한 금리 인상은 팬데믹 기간 대출을 늘린 자영업자와 가계부채가 많은 30, 40대 가구의 체감경기를 특히 크게 위축시켰을 것이라고 했다.
"집값 차별화로 '상대적 박탈감' 확대도"
④주택가격 차별화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확대를 배경으로 지목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체감경기에는 심리적 요인도 작용하기 때문에 다른 주체와의 격차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들은 “우리나라는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여타 국가보다 높은 편”이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해 자산 불평등 정도가 단기간에 급격히 심화한 점이 체감경기 부진에 일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 외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만큼 앞으로 체감경기는 점진적인 속도로 개선될 것이라고 저자들은 내다봤다. 그러면서 “체감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단기적 경기 대응책뿐 아니라 수출·내수 산업의 균형 발전, 유통구조 효율화를 통한 물가 수준 안정,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등 구조개혁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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