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원도' 전산화 내년 예산 전액 삭감
2015년부터 시작돼 진척률 40%에서 표류
국토부 "남북관계 등 정치상황 개선돼야"
일제강점기 작성된 북한의 토지 측량 도면인 '지적원도' 전산화 예산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전액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업은 통일 대비 차원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됐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남북관계 경색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면서 표류하게 됐다. 윤석열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도 예산 복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토교통부가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북한지역 디지털지적 구축' 사업의 내년 예산은 0원이다. 예산안이 최종 확정되면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전액 삭감되는 셈이다.
북한 지적원도는 일제강점기인 1910년부터 1924년 사이 제작된 세부 측량자료다. 국가중요기록물(영구기록물)로 지정해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이다. 100년이 넘은 자료라, 훼손 우려 때문에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부터 전산화 작업이 시작됐다. 지난해까지 전체 지적원도(29만9,688장)의 약 40%가 전산화됐다. 이 자료를 기반으로 북한의 행정경계 변경 이력은 물론 교통과 농경지, 문화재 등 각종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 남북교류가 재개되고 통일이 이뤄지면 활용도가 크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사업 예산이 삭감됐다. 이에 대해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지난 4일 국토위 국토교통소위 결산심사에서 "향후 남북관계 등 정치상황 개선을 통해야 한다"며 "사업의 시급성을 감안해 재정당국과 협의해 재추진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회적이지만 경색된 남북관계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회는 결산 심의 과정에서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예산을 반영하라'고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권영세 의원도 소위에서 "예산이 어떻게 전액 삭감됐는지 모르겠다"며 "남북 대치 상황과 아무 상관없으니 2025년 예산부터는 반드시 다시 넣어달라"고 요구했다. 경색된 남북관계와 무관하게 미래를 대비해 진행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다. 맹 의원은 “남북관계 개선이나 교류협력사업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 만큼 미래지향적 관점으로 정책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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