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김영희 등 요양보호사 7명 외 '돌봄의 얼굴'
심장 질환 치료를 위해 아들과 병원을 다녀온 어르신은 집에 돌아와 눈물을 쏟았다. 병원에서 아들이 홀로 앞서가면서 '왜 느리게 걷느냐'고 재촉해 서러웠다. 의사한테 쓸데없는 말을 해 약의 양만 늘린 것도 못마땅했다. 15년 차 요양보호사 오귀자씨는 "어르신이 다시는 아들과 함께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하셨다"고 했다. 어르신 돌봄엔 각별한 주의와 설득의 기술이 필요하다. 오씨는 인지 장애가 있는 어르신 앞에서 자신의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었다. 며칠째 목욕을 거부한 어르신에게 새집처럼 헝클어진 머리를 보여줘 머리를 감도록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책 '돌봄의 얼굴'은 요양보호사 7명이 돌봄 현장에서 겪은 일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립이 일상화됐을 때 돌봄의 위기를 걱정하며 반년 넘게 쓴 기록이다. 그간 돌봄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책은 돌봄에 대한 무지와 협소한 이해를 꼬집는다. 돌봄을 과외로 여기는 자식들도 있다. 10년째 치매를 앓고 있는 90세 어르신의 자녀는 요양보호사에게 돌봄 시간의 절반을 수학 학습지를 풀고 동화책을 읽는 데 써 달라 요구했다. 개인과 가정에 전가됐던 돌봄 책임을 사회가 함께 나눠 지는 사회적 돌봄의 가치를 성찰하게 한다.
헤어짐을 불안해하는 어르신들로 인해 요양보호사들은 "늘 그곳에 마음을 두고 온다"고 말한다. 돌봄은 노동이자 서비스이면서 타인의 삶에 연루되는 윤리적 과정이다. 책을 쓴 7명의 요양사 중 일부는 치매 어르신 돌봄 현장을 최근 떠났다. 치매 돌봄 관련 수당(5,760원)이 없어진 탓도 컸다. 최저 임금 수준의 급료에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곳에서 '좋은 돌봄'은 가능할까를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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