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감정' 주장하며 45차례 메시지
온라인으로 만난 10세 여자아이에게 결혼 서약과 뽀뽀 사진 등을 요구한 40대 남성이 성착취 목적 대화죄 유죄를 확정받았다. 아동에게 사용한 '뽀뽀'라는 단어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다는 점을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인정한 첫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목적대화 등),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A(40)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명령 200시간과 5년간의 취업제한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2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알게 된 10세 B양에게 45회에 걸쳐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반복적으로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피해자가 나이가 어리고 성에 대한 인식과 판단, 대처 능력이 미숙한 아동임을 알고 있음에도 '뽀뽀' '결혼' 등 표현을 사용해 메시지를 보냈다. '뽀뽀하는 입술 사진' '입 벌리고 아 하는 사진' '이빨 사진' 등을 요구했다 또 B양에게 '엄마 몰래 결혼서약서를 자필로 작성하고 좋아한다는 말을 하는 목소리를 녹음해 보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A씨는 순수한 연애 감정을 느껴 보낸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쟁점은 A씨가 '뽀뽀'나 '결혼' 등의 단어를 사용한 것을 성착취 목적 대화죄로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가 됐다. 성착취 목적 대화죄는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적 욕망이나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반복적으로 하는 행위,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를 했을 때 성립한다. 'N번방' 사건으로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처벌 조항이 청소년성보호법에 신설됐다.
1심은 아동학대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고, 성착취 목적 대화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뽀뽀나 결혼이 직접적인 성적 묘사라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은 1심을 뒤집고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청소년성보호법상 규정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의 내용이 반드시 '성행위 등을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에 이르러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메시지의 내용과 전후 맥락, 피해자와 같은 성별의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성적도의관념에 비춰볼 때 A씨가 건넨 대화는 성적 수치심 등을 일으키는 대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만 38세인 A씨가 만 10세에 불과한 초등학생에게 이 사건 메지시와 같은 내용이 담긴 연애 감정 표시는 그 자체로 성적인 함의를 불러일으키고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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