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권 상대 거액 로비
지병 악화로 입원했다 별세
1970년대 한미관계를 뒤흔든 ‘코리아 게이트’의 핵심 인물 박동선씨가 19일 별세했다. 지병을 앓던 박씨는 일주일 전 서울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향년 89세.
코리아 게이트는 박정희 정권이 주한미군 규모를 유지하고 국내 인권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국회의원과 공직자 등 32명에게 85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로비를 벌인 사건이다. 1976년 워싱턴 포스트가 “한국인들이 한국 정부 지시에 따라 50만~100만 달러를 미국 의원 등에게 제공해 매수 공작을 벌였다”고 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재미 한국인 사업가였던 박씨는 1978년 2월 26일 미 의회에 출석해 어디까지나 개인 자격으로 준 것이라며 로비를 부인했다. 당시 양국관계를 최악으로 내몰았던 이 사건은 전직 의원 1명만 실형을 선고 받는데 그쳐 흐지부지 끝났다.
박씨는 사건 이후에도 세계 곳곳에서 로비스트로 왕성하게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2월에는 이라크로부터 최소 200만 달러를 받고 유엔의 ‘이라크 식량을 위한 석유(oil-for-food)’ 프로그램 채택을 위해 불법 로비를 벌인 혐의로 미 검찰에 기소돼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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