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하부 배터리셀 충격 후 발화 가능성"
심한 연소로 기록장치 손상돼 데이터 추출 못해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전기차 화재 사고는 차량 하부에 있는 배터리셀이 외부 충격으로 손상되면서 불이 난 것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차주 등을 상대로 해당 차량이 주차되기 전 운행 기록 등을 들여다 보고 있다.
20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를 수사중인 과학수사대는 지난 19일 국과수로부터 “차량 하부 배터리 팩에 외부 충격으로 인해 불이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밀 감정 결과를 전달 받았다. 그동안 배터리 팩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은 했으나 하부 배터리 팩 외부 충격 가능성이 언급된 것은 처음이다.
국과수는 정말 감정을 통해 “차량 하부의 외부 충격으로 배터리팩 내부의 셀이 손상돼 ‘절연 파괴’(전기가 흐르지 말아야 하는데 흐르는 현상) 현상이 발생했다”며 “이 때문에 특정 부분에서 전기가 흘러 과부화 돼 발화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절연 파괴’ 부분과 어디에서 불이 시작됐는지 등을 기록한 배터리관리장치(BMS)가 화재 당시 연소로 심하게 파손돼 데이터 추출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1일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처음 불이 난 벤츠 전기차를 대상으로 모두 3차례에 걸쳐 합동 감식을 했고 배터리팩 등을 확보해 국과수에 정말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국과수 정밀 감정에 따라 차주를 상대로 화재 차량이 주차하기 이전 운행 기록 등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화재 차량은 지난 7월 29일 오후 7시 16분쯤 주차된 이후 59시간이 지난 뒤 불이 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차주와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 결과 해당 차량은 주차된 이후 별다른 외부 충격은 없었던 것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토대로 마지막 주차 시점 이전에 외부 충격으로 의심할 만한 상황이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라며 “하부 충격 여부 외에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외에도 불이 난 직후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되지 않아 피해가 확산했다고 보고 소방안전관리 실태에 관한 사안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야간근무자 A씨와 소방 안전관리책임자 B씨 등 3명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상태다.
A씨 등은 불이난 직후 ‘솔레노이드 밸브’와 연동된 정지 버튼을 눌러 스프링클러 작동을 멈추게 하는 등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입주민 등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화재로 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차량 87대가 불에 타고 783대가 그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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