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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세 이하 돌연사 사망률 1위 ‘뇌전증’, 수술받을 병원 없어진다

입력
2024.09.23 18:10
수정
2024.09.23 21:5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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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환자가 36만 명이 넘었지만 제대로 수술받을 수 있는 병원이 적어 돌연사할 위험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뇌전증 환자가 36만 명이 넘었지만 제대로 수술받을 수 있는 병원이 적어 돌연사할 위험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뇌전증(腦電症·epilepsy)은 뇌 신경세포가 간헐적으로 흥분해 이상 증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흔한 뇌 질환이다. 3대 신경계 질환이다. 별다른 유발 요인 없이 뇌전증 발작이 2회 이상 반복되면 뇌전증으로 진단한다. 뇌전증 발작 양상은 환자마다 다르다. 보통 10초~1분 정도 지속하고 회복하는 데 수초에서 3~4시간이 걸린다. 뇌전증 환자는 36만 명 정도다.

뇌전증 발작 유형은 다양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온몸이 뻣뻣해지고 침을 흘리는 등 누구나 발작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형태부터 잠시 멍해져 대답을 못 하거나, 의미 없는 반복 행동, 아주 짧게 움찔하는 형태 등도 있다. 환자 스스로 증상을 자각하지 못할 때도 흔하다.

뇌전증 환자의 70% 정도는 약물 치료로 발작이 잘 조절되므로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2가지 이상 항뇌전증약을 복용해도 경련 발작이 재발하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10만 명이나 된다. 이들은 신체 손상, 화상, 골절, 낙상, 익사, 무직, 실직, 차 운전을 못 하는 등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과 장애를 겪는다.

만약 발작이 한 달에 1회 이상 발생하는 환자라면 돌연사할 확률이 30배가량 높아진다. 이처럼 뇌전증 수술이 시급히 필요한 3만 명의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과 가족은 언제 어디서 다치거나 죽을지 모르는 공포와 두려움에 쌓여 있다.

3만 명에 달하는 중증 난치성 환자의 유일한 치료법은 뇌전증 수술인데, 수술하면 뇌전증 사망률을 3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다. 적어도 1년에 500건 이상이 필요하지만 1년에 400명 이상의 젊은 뇌전증 환자가 뇌전증 수술을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다. 반면 뇌전증 수술 건수는 미국이 연간 3,500건, 일본이 연간 1,200건 정도다.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의 10년 생존율은 70% 정도(미국신경과학회)로 암 환자들의 10년 생존율(67.5%, 국립암정보센터)과 비슷하다.

하지만 사망 평균 나이는 뇌전증 환자가 다른 질환보다 훨씬 젊다. 뇌전증 환자의 사망 나이는 평균 49세인 데 반해 치매 환자는 84세, 암 환자는 66.8세였다.

돌연사율이 매우 높은 중증 뇌전증 환자의 사망할 때 나이는 20~30대로 추정되며, 34세 이하 나이에서 사망률은 치매 0%, 암 4.5%, 뇌전증 27.6%로 뇌전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뇌전증 수술에 엄청난 시간·노력이 필요하기에 뇌전증 수술을 시행하는 병원이 6개(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고려대 구로병원·해운대백병원)밖에 되지 않는다. 20년 전 16개 병원일 때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뇌전증 수술은 신경과, 소아신경과, 신경외과, 전문간호사, 신경심리사, 신경영상의학과, 신경핵의학과로 이뤄진 전문팀이 필요하며 수술 준비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수술 시간이 4~6시간이라면 수술 준비에 필요한 시간은 150~200시간 걸린다.

이에 따라 대한뇌전증센터학회는 “3만 명의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 치료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 상황은 암이나 치매 환자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며 “뇌전증 수술은 정부의 제도적 관리와 병원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했다. 홍승봉 교수는 “전국에 6개밖에 없는 레벨-4 중증 뇌전증 치료센터의 국가 지정과 관리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더 늦기 전에 한국도 빨리 6개의 레벨-4 중증 뇌전증 치료센터를 지정 관리하고, 일본처럼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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