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 '출범 2주년 성과 대토론회'
대입 패러다임 전환 등 12개 추진 방향 공개
"오래전부터 듣던 팝송" "10년 전으로 역행"
"현장 목소리 수렴해 사회적 합의 도출해야"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향후 10년간(2026~2035년) 추진할 교육정책 방향을 공개했다. 역량 중심의 대입 제도 개편, 인공지능(AI) 시대 공교육 시스템 전환 등이 핵심으로, 국교위는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 시행 계획을 마련해 내년 3월 발표할 계획이다. 교육 현장에서 논란 끝에 진행되고 있거나 추상적인 내용에 그쳐 공론화할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교위,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12개 방향' 발표
국교위는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2주년 기념 대토론회’를 열고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주요 방향(안)’을 발표했다. 2022년 9월 출범한 국교위는 국교위법에 따라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10년 단위로 수립하는데, 이번에 공개한 '주요 방향'은 구체적 시행 계획을 담을 일종의 카테고리다. 내후년부터 10년간 유·초·중·고등학교와 대학에 적용할 차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은 내년 3월에 확정 발표한다.
주요 방향은 △학령인구 감소 시대, 양질의 영유아교육 보장 △늘봄학교 안착 △교육복지 실현 △AI·디지털 시대 학생 개별 맞춤형 성장을 위한 공교육 시스템 대전환 △성장·역량 중심 평가 및 대입 패러다임 전환 △존경받는 스승 지원 교원정책 △고등교육체제 전면적 재구조화 및 정부투자 확대 △선도적 고등교육 실현 및 학문 생태계 조성 △생애주기별 맞춤형 평생학습 기회 보장 △지역 진로·직업교육 강화 △시대변화 대응 교육 기반 마련 등 12가지다.
발표를 맡은 황준성 국가교육발전연구센터 센터장은 “디지털 시대, 저출생과 고령화, 기후변화 등 전 지구적 위기, 다문화·다양한 가치의 보편화 등 미래의 초(超)불확실성·초연계 시대에 대응해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한 방향을 설정했다”고 했다. 국가교육발전연구센터는 국교위가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지원업무를 맡긴 곳으로,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센터 역할을 맡고 있다. 황준성 센터장은 KEDI 부원장이다.
12개 주요 방향을 구현할 세부 과제는 이날 언급되지 않았다. 국교위 산하 '중장기 국가교육발전 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수능 이원화,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 고교 내신 외부 평가제, 9월 학기제 등에 대해 국교위는 공론화하기 이르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이배용 위원장은 “여러 자문기구에서 개진된 의견들이 국교위에서 정식 논의되지 않은 상태로 여과 없이 공개돼 국민 혼란을 가져온 데 대해 유감스럽다”며 “앞으로 전문가 토론회, 의견 수렴을 통해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늘봄학교·디지털 교과서는 이미 시행 중인데...
교육계에서는 국가교육발전계획 발표 시점이 내년 3월로 임박한 상황인데도 국교위가 논의 과제조차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토론에 참여한 신현석 한국교육학회장은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5·31 교육개혁 이후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12가지 방향은 아쉽게도 굉장히 익숙한 오래전부터 듣던 옛날 팝송 같다”며 “국교위의 중장기 과제 기술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5년 단위의 실행 계획과 구별이 쉽지 않다”고 비판했다.
12개 방향에도 포함된 초등 늘봄학교(방과후+돌봄 프로그램)는 9월부터 전국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전면 시행 중이고, 디지털 교과서도 내년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도입될 예정이다. 대학 지역인재전형 확대, 대학 간 연계 강화 등도 기존 정책 답습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 고등학교 교사는 “기존 정책과 전혀 다를 바 없는 10년 전 정책 방향이냐”며 “디지털 교과서 도입, 고교 학점제 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려고 했는데 디지털 시대 공교육을 강화한다는 두루뭉술한 얘기만 나왔다”고 비판했다.
국교위 구성에 대한 한계도 지적됐다. 국교위는 위원장 1인을 포함해 대통령 추천 5명, 국회 여야 추천 9명 등 2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송기창 성산효대학원대학 총장(숙명여대 교육학부 명예교수)은 “교육정책은 큰 틀이 바뀔 순 없고, 각론이 중요하다”며 “국교위가 각 교육 주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각론을 만들고 사회적 합의를 추진해야 하는데, 위원들이 정파를 대변하고 있다 보니 각론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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