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용변 치우게 했다" 와전
CCTV에 지시한 정황 없었는데도
유치원 측은 사과 강요한 뒤 해고
인천의 한 유치원 교사가 원생들에게 바닥에 떨어진 김 가루를 닦게 했다가 아동학대를 했다는 오해를 산 뒤 부당하게 해고됐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교육당국은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에 돌입했다.
인천의 사립 유치원 교사로 근무했던 A씨의 어머니는 지난 23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글을 통해 "사회초년생인 딸이 유치원 원장과 원감으로부터 협박과 강요, 명예훼손, 모욕을 당하고 부당해고 됐다"며 "너무 억울해서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울먹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청원인 주장에 따르면 사연은 이렇다. 유치원에서 6세 아동들을 담당했던 A씨는 지난 6일 원생들에게 점심 식사 후 바닥에 떨어진 김 가루를 물티슈로 닦도록 지도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 아이가 바지에 실수를 했다. 이날 저녁 아이 학부모는 유치원에 찾아와 "아이로부터 대변을 치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항의하며, A씨가 아동학대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A씨 어머니는 "딸은 용변을 치우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는데 잘못 전달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A씨가 오해를 풀기 위해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했지만, 원장과 학부모는 "변명하지 말라"며 대화를 거부했다고 한다. 사건 다음 날 A씨가 직원들과 함께 확인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도 A씨가 원생에게 용변을 치우도록 지시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원장은 "아이들이 대변을 정리한 것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유치원에 경찰 조사가 오면 절대 안 된다"고 타박했다. 이어 "학부모들이 오면 무조건 '죄송합니다'라고 하라"고 압박했다. 원감은 한 술 더 떠 "앞으로 이 지역에서 일하기 힘들다. 무릎을 꿇어라"고 강요했다. 원장은 모 원생의 학부모가 "조폭같이 생겼다"며 A씨를 겁주기도 했다.
"A씨,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에 대인기피증"
결국 A씨는 학부모 16~18명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A씨가 유치원 측의 지시를 따랐음에도 원장은 학부모들 앞에서 A씨를 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사직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청원인은 "딸이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으며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대인기피 등으로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유치원 측은 A교사가 원생들에게 용변 청소를 시킨 사실이 있다며, 부당해고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유치원 측에 따르면 CCTV에 물티슈를 건네받은 아이들이 바닥에 묻은 이물질을 닦거나 냄새로 코를 움켜쥐는 모습이 담겼다고 한다.
인천시교육청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사안을 인지하고, 해당 유치원에 대한 감사 절차에 돌입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을 대상으로 미흡한 점이 있는지 현장 점검을 나갔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도 CCTV 등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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