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사망자 90%가 65세 이상 고령인
벌써 만산홍엽의 계절이 왔다. 하지만 기온이 점점 떨어지고 일교차가 심해지면 치명적인 폐렴(肺炎)이 기승을 부린다. 통계청의 ‘2022년 사망 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이 악성 신생물(암), 심장 질환, 코로나19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하루 평균 62.5명이 폐렴으로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2만2,607명)보다 많다. 추위가 오기 전에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게 좋다.
◇패혈증으로 악화하면 치명적
폐렴은 말 그대로 세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돼 폐실질(肺實質)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폐렴구균 같은 세균이 주원인이다. 증상은 발열·기침·객담 등 감기와 비슷하지만 염증으로 폐에 물이 차면서 고열과 가래를 동반한다.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까지 염증이 침범하면 숨 쉴 때 통증을 느끼고 숨이 차게 된다.
건강한 성인은 폐렴에 걸리더라도 별다른 이상을 일으키지 않을 때도 있다. 경증이라면 항생제 치료와 휴식만으로도 쉽게 치료가 가능하다. 오지연 고려대 구로병원 호흡기ㆍ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객담은 흔히 누런 색이나 녹색을 띠지만 암적색 또는 객혈 등으로 다양하다”며 ‘비정형 폐렴이라면 객담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65세 이상이거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데 폐렴에 걸리면 자칫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에서 폐렴에 의한 사망자 10명 중 9명이 65세 이상 고령인이다. 임산부나 고령인·어린이 등이 폐렴에 걸리면 절반 이상은 입원 치료를 받는다.
이처럼 폐렴이 특히 무서운 이유는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패혈증(敗血症) 등으로 쉽게 악화하기 때문이다. 패혈증은 미생물 감염에 의해 주요 장기에 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으로 중증 패혈증과 패혈성 쇼크의 경우 치명률이 각각 20~35%, 40~60%에 이른다.
김윤석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렴은 급성으로 나타나고 고열과 기침, 가래가 특징이지만, 고령인은 기침·가래가 나타나지 않고 숨이 차거나 기력이 없어지는 등 비전형적인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며 “65세 이상에서 감기 증상에 고열과 기침, 가래가 3일 이상 계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폐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하루 6~8시간 수면·예방백신 접종 필요
폐렴 발병 위험을 줄이려면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한 생활 습관과 폐렴 예방백신 접종이 중요하다. 평소 폐렴에 감염되지 않도록 외부 활동 후 손을 깨끗이 씻거나,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사, 하루 6~8시간 수면 등으로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폐렴 고위험군은 예방백신이 도움이 된다. 65세 이상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만성 심장 질환·만성 호흡기 질환·만성 간 질환·만성콩팥병·암 환자·당뇨병·인공 와우(달팽이관) 및 뇌척수액 누수·면역억제제 투여·장기 및 조혈모세포 이식· 무비증 등이 있으면 고위험군이다.
폐렴구균 예방백신을 맞으면 폐렴구균에 감염됐을 때 나타나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65세 이상 고령인은 75%, 당뇨병·심혈관 질환·호흡기 질환 같은 만성질환을 앓는 사람은 65~84% 예방 효과가 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폐렴 예방백신은 지금까지 밝혀진 90여 종류의 원인 균 중 폐렴을 가장 잘 일으키는 13개(PCV13), 23개 폐렴구균 항원(PPSV23)을 가지고 있다. 13가 단백 결합 백신(PCV13)과 23가 다당류 백신(PPSV23)을 순차적으로 접종하며, 13가 백신은 1회 접종한다.
65세 이전에 23가 백신을 접종하면 피접종자 상태에 따라 5년 이상 간격을 두고 1~2회 23가 백신을 다시 접종하면 된다. 65세 이상이면 무료로 예방접종할 수 있다. 올해는 1958년생까지 무료 접종 대상자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과 동시 접종이 권고된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호흡 기능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는 65세 미만 만성질환자나 기저질환자, 생후 2개월부터 5세 미만 어린이나 5세 이상이어도 고위험군인 어린이는 전문의와 상의해 폐렴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게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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