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위원회 소관 부처 전수조사
국세청·한은·기재부 순 마일리지 많아
3.8억 버려지거나 퇴직 공무원 몫으로
정태호 의원 "기부의사, 이행률 저조"
공무원의 해외 출장에서 생긴 항공 마일리지가 여전히 버려지거나, 퇴직 공무원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가 3개월 전 취약계층 기부 등을 권고했지만 기부 희망률은 여전히 극히 저조한 것으로 집계됐다.
1일 한국일보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기재위 소관 10개 기관의 ‘소멸 예정 공적 항공 마일리지’ 현황에 따르면, 유효기간이 도래하거나 퇴직 예정자가 보유한 마일리지는 총 3,648만2,035마일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억8,732만 원인데, 이는 한국-미주 일반석(비수기 대한항공 기준)을 521회 이상 왕복할 수 있는 수준이다.
기관별로 보면 국세청이 대한항공·아시아나·기타 항공사 등에서 보유한 마일리지가 996만2,345마일로 가장 많았고, 한국은행(935만9,813마일), 기획재정부(513만6,868마일), 관세청(486만8,817마일) 순이었다. 그중 한국은행은 퇴직 예정자가 보유한 마일리지가 가장 많은 기관으로 집계됐다. 퇴직 후엔 공적 마일리지가 개인 몫이 된다.
소멸 예정인 공적 항공 마일리지를 보유한 공무원은 총 3,790명이다. 그중 기부를 희망한 사람은 322명에 그쳤다. 전체 대상자 중 11%만 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5,343만 원(5%)에 불과했다. 심지어 국세청과 기재부 등은 소멸 마일리지 기부 계획을 따로 세우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공적 항공 마일리지는 해외 출장을 가는 공무원 개인에게 적립된다. 문제는 각 기관이 공무원 퇴직 전 공적 항공 마일리지를 일괄 매입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세금을 들인 예산으로 생긴 항공 마일리지가 그냥 버려지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권익위는 남은 항공 마일리지로 물품을 구매해 사회복지시설 등 취약계층에 지원하라고 권고했다. 퇴직 예정자나 유효기간 만료가 임박한 마일리지를 소속 기관에서 확인해 해당 공무원이 마일리지로 물품을 구매 후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하는 식이다.
권익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각 부처가 기부는커녕 관련 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 의원은 “정부는 항공 마일리지를 사회복지시설 등에 기부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행률과 기부 의사가 저조하다”며 “공무원이 쌓은 마일리지는 공적 자산이므로 국세청 등 주요 기관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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