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공정거래법 위반 제재
택시 플랫폼 최대 과징금...검찰 고발도
"90% 넘는 압도적 점유율로 경쟁사 죽여"
2일 오전 카카오T 블루 택시가 서울 서부역 택시승강장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택시 플랫폼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 택시회사 기사의 호출을 차단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택시 플랫폼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대 금액인데, 카카오모빌리티는 작년 2월 알고리즘을 조작해 가맹 택시에 콜(호출)을 몰아준 혐의로 257억 원을 부과받은 뒤 1년 반 만에 다시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위는 경쟁사 택시 기사에게 제휴 계약 조건으로 영업 비밀이 담긴 자료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할 시 카카오T 일반 호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불이익을 준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 724억 원(잠정)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2일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법인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택시 사업(카카오T블루)과 일반 호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2022년 기준 시장 점유율이 96%에 달하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5년 일반 호출 서비스를 시작, 2019년 카카오T블루 가맹 택시 사업으로 확장했다. 일반 호출은 가맹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택시에 제공되고, 카카오T블루 기능은 카카오와 가맹 계약한 택시에만 제공된다.
문제는 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5월 경쟁 가맹 택시 사업자 4곳(우티·타다·반반택시·마카롱택시)의 기사에게 “가맹 택시의 운행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하지 않으면, 해당 택시의 카카오T 일반 호출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압박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요구한 자료는 카카오맵의 운행 정보와 시간 등으로 영업 기밀에 해당한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공정위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내부적으로 “우리가 어떤 이유든지 만들어서 호출을 주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찾아보라”고 논의했다. 택시 기사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시장의 9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하는 카카오T 일반 호출을 사용할 수 없게 돼 울며 겨자 먹기로 제휴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계약을 하지 않은 기사에게는 ‘호출 차단’이라는 불이익을 줬다. 지난해 12월까지 우티의 1만1,561개 기사 아이디와 2,789개 차량번호를 차단했고, 타다에 대해서도 2021년 11월까지 771개 기사 아이디를 차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이 같은 데이터를 활용, 택시 운영이 많은 지역과 시간대를 분석하는 등 영업 전략을 만들었다고 봤다. 이후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 택시 시장점유율은 2020년 51%에서 2022년 79%로 올랐다. 반면 타다 같은 경쟁사업자는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당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에 대한 영업상 비밀 요구 및 호출 차단 행위 건의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시장을 독점하는 거대 플랫폼이 시장지배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인접시장에서 경쟁사업자와의 공정한 경쟁을 제한한 행위를 제재한 것”이라며 “경쟁사업자에게 영업비밀 제공을 요구하고 자신의 영업 전략에 사용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플랫폼 제휴 계약 체결 목적은 '콜 중복 최소화'를 통해 이용자 편의를 높이기 위함이었다"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