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년, 5·6차 소환통보에도 '모르쇠' 불응
기소 전이지만 '공범 판결문' 실명 적시되기도
"일반 시민이면 벌써 체포, 선 넘은 특권 의식"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돈 봉투'를 수수한 것으로 검찰이 특정한 의원 10명 중 절반 이상이 국회 일정을 이유로 1년 가까이 검찰 소환에 사실상 불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동일한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의원들이 이미 유죄를 선고받았는데도,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뒤에 숨어 수사·재판을 지연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지난달 김영호·민병덕·박성준·백혜련·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 등 현역 의원 6명에 대해 정당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김 의원 등은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수차례의 일정 조율과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 소환 통보가 간 건 이번이 벌써 적게는 다섯 번, 많게는 여섯 번째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금까지 많은 편의를 제공했는데,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이번 출석 요구에도 협조하지 않으면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응하는 것'으로 간주해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원칙대로 필요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포영장 등 강제구인 절차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사실상 '최후 통첩'으로 해석된다.
이들 중 일부는 9월 말이나 10월 초 조사 일정에 동의하고도 끝내 단 한 명도 검찰에 출석하지 않았다. 대부분 "국회 일정이나 지역구 일정 등으로 조사받을 시간이 없다"는 이유를 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소환 조율이 이뤄진 지난해 말엔 "총선 공천을 앞둔 상황이니 빨리 불러 조사해 달라"고 해놓고 정작 총선 당선 후엔 국회 일정 등을 핑계로 소환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이다.
김 의원 등은 2021년 4월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 후보 지지 의원 조찬 모임에서 '송영길계 좌장'이던 윤관석 전 의원에게 30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각각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다른 전·현직 의원들이 당사자 부인에도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점을 감안하면 이들도 유죄 판결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먼저 기소된 돈 봉투 수수 혐의 의원들(허종식 의원, 이성만·임종성 전 의원)은 모두 1심에서 징역 3개월에 집행유예 1~2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피선거권 및 의원직이 상실된다. 재판부는 "윤 전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한 번에 모이는 자리(조찬 모임)에서 국회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제공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조찬 모임 참석 의원들 이름을 판결문에 적시했다. 의원들의 동선이나 돈 봉투 소진 과정 등이 객관적 증거로 확인된 만큼, 당사자들의 부인은 사실관계 확정에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되는 의원들의 출석 거부에 대해 '불체포 특권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피의자의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1, 2차례만 거부해도 형사소송법에 근거해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하지만 회기 중인 국회의원은 체포·구속은 물론 강제구인에도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12월 10일 끝나는 정기회 일정을 고려하면 검찰이 지난해 말부터 조율해 온 소환 조사는 해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 시민이라면 출석 요구에 불응한다는 이유만으로도 구인장이 발부된다"며 "'이 정도 사안으로 검찰에 불려 다닐 수 없다'는 국회의원들의 특권 의식, 이를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검찰의 모습 모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 역시 "몇 달간 소환에 불응하는 건 사실상 조사를 안 받겠다는 의미"라며 "정무적 판단을 배제하고 법에 정해진 대로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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