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결정까지 6개월' 법 조항에도
법원 "강제성 없는 훈시규정 불과"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고인이 국가에 청구하는 형사보상금 5건 중 1건이 법령상 정해진 기한을 넘겨 지급 결정이 내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국가폭력으로 피해를 봤다가 뒤늦게 무죄 판결을 받은 당사자들도 "기간규정은 훈시규정에 불과하다"는 법원의 유권해석 탓에 늑장 보상을 받고 있었다.
6일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 받은 '전국 법원 형사보상청구' 통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이 인용 결정한 1만6,976건의 형사보상청구 사건 중 접수부터 결정까지 6개월이 넘게 걸린 사례는 3,833건(22.6%)에 달했다. 연도별 평균 처리기간은 2018년 4개월에서 2021년 3.4개월까지 단축됐다가 지난해 4.5개월로 다시 늘었다.
A씨의 경우 보상을 받기까지 2년 가까이 걸렸다. 그는 1972년 10월 군청 직원이 주민들을 모아놓고 '유신 설교'를 하는 현장에 끼어들어 "박정희 대통령은 혼자만 잘살면 되느냐"고 말했다가 계엄법 위반 혐의로 징역 3개월을 확정 받았다. 2019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유족들이 2021년 8월 형사보상을 청구했는데, 인용 결정은 지난해 7월 나왔다. 보상결정까지 가장 오래 걸린 경우는 창원지법에서 맡은 사건이었는데, 766일이 걸렸다.
2018년 개정된 형사보상법 14조에 따르면 법원은 청구 접수 후 6개월 안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도 '늑장 결정'이 계속되는 건, 사법부가 이 조항에 강제성이 없다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50년 만의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 받은 '납북어부' 고 김달수씨 유족이 보상금 결정 지연에 반발해 낸 소송에서 법원 측은 "제재가 없는 훈시규정을 어겼다고 법 위반으로 볼 순 없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김씨 사건을 대리한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제주4∙3사건 희생자의 경우 결정이 2년 가까이 미뤄지고 있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합리적 이유 없는 재판부의 절차지연 행위는 피해회복을 받아야 하는 당사자들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법원행정처는 이런 지적에 대해 "7월 각급법원에 결정 기한 준수 필요성을 환기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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