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공정위·입점단체 실무 회의
배민 차등 수수료 제안 설명
"최고 수수료율 인하가 먼저"
다수 입점단체 '수용 불가'
8일 상생협의체도 '빈손' 전망
최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이 입점 식당에 상생안(案)으로 제시한 '차등 수수료' 계획에 대해 소상공인 단체들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이미 전달한 것으로 7일 알려졌다. 현재 음식값의 9.8%인 배달 중개수수료율을 낮추지 않는 이상 배달 앱의 수수료 폭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배달 앱과 소상공인 단체가 참여하는 상생협의체에서 의견을 조율해 이달 말까지 최종 상생안을 도출하려는 정부의 계획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서울 모처에서 상생협의체에 참여하는 4개 입점단체(전국가맹점주협의회·한국외식산업협회·소상공인연합회·상인연합회) 담당자를 불러 모아 비공개 실무 회의를 열었다. 배달 플랫폼 4사(배민·쿠팡이츠·요기요·땡겨요)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공정위는 배민의 차등 수수료율 상생안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배민에 입점한 업체의 매출액에 따라 서로 다른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가령 배민 내 매출액이 상위 40%인 식당에는 기존과 동일한 9.8% 수수료율을 적용하되 40~60%에는 6%, 60~80%%에는 5% 등 순차적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식이다. 한 참석자는 "공정위가 배민이 생각하는 방안이라며 의견을 물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배민이 제시한 방안이 아니라 배달앱의 차등 수수료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입점단체들은 이날 회의에서 수용 불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가맹점주협의회, 외식산업협회 등은 최고 수수료율을 건드리지 않는 차등안은 '눈 가리고 아웅' 식 미봉책이라는 입장이다. 가령 배달 매출이 높은 일반 프랜차이즈 점주들은 대부분 상위 40%에 포함돼 차등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낮은 수수료를 적용받는 영세업체들은 배달 비중이 크지 않아 수수료 인하 조치가 의미가 없다는 게 입점단체 측 설명이다. 또 다른 참석자는 "가맹점주협의회는 최고 수수료율을 5% 수준으로, 외식산업협회는 2~2.5%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8일 열리는 상생협의체 6차 회의에서도 배달 플랫폼과 입점단체 측이 접점을 찾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협의체 관계자는 "배민 차등 수수료가 논의될 예정"이라면서도 "양측 입장 차가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이달 말까지 회의는 두 번가량 남은 상황. 이때까지 상생안을 만들지 못하면 협의체는 빈손으로 끝난다. 물론 정부가 선임한 협의체 공익위원들이 독자적으로 배달 수수료 문제 해결을 위한 권고안을 발표할 수 있지만 당사자 합의가 빠진 터라 추진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물론 극적 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정부, 여야 할 것 없이 '배달 수수료 상한제' 주장이 나올 정도로 배민은 전방위 압력을 받고 있다. 입점단체 측도 안심할 수 없다. 배달 수수료 규제를 두고 정부가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입점단체 측은 신용카드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 같은 형식이라면 배달 수수료 차등화를 논의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9.8%가 적용되는 구간을 '상위 5%' 대형 사업장으로 좁히고, 구간도 여러 개로 나눠 수수료율을 달리 적용하자는 것이다. 카드업계는 2012년부터 연 매출 3억 원 이하부터 30억 원 초과까지 총 여섯 구간으로 나눠 0.5~2.0%로 수수료율을 달리 매기는 우대 수수료제를 운영 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물밑에서 플랫폼과 입점단체 등을 접촉하며 이견을 좁히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10월 내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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