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배송 직접 관할 2022년 재해율 5.9%
'산재 다발' 조선 2.6%, 건설 1.3% 웃돌아
물류·배송 분리 이후엔 '산재 외주화' 징후
위탁업체 산재 신청 3년 새 0→328건 폭증
최근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나 이곳에서 일감을 받은 배송기사가 잇따라 사망한 가운데 쿠팡의 산업재해율이 전체 산업의 9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과거부터 산업재해에 취약한 산업으로 여겨졌던 건설업이나 조선업보다 높은 수준이다.
9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쿠팡 본사의 2022년 산업재해율은 5.92%였다. 산업재해율은 산재 적용 대상 근로자 중 실제 산재 피해를 당한 근로자의 비율이다. 쿠팡의 산업재해율은 같은 해 국내 전체 산업재해율(0.65%)보다 9배 이상 높은 것은 물론, 그해 조선업(2.61%)과 건설업(1.25%)의 산업재해율보다도 높았다.
위험의 외주화…위탁업체 산재 신청 급증
2022년은 사실상 쿠팡이 배송기사를 직접 고용했던 마지막 해다. 쿠팡 본사의 산재 신청 건수는 그해 1,370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3년 235건, 올해 상반기 16건으로 급감했다. 이런 수치 변화는 쿠팡이 산재 예방에 획기적 성과를 거둬서라기보다는, 쿠팡 본사가 담당했던 물류·배송 업무가 2022년 이후 계열사와 위탁업체로 분산된 것과 관련이 깊다.
근로복지공단이 제출한 '쿠팡 계열사 산재 신청 및 승인' 자료를 보면, 쿠팡 배송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CLS) 위탁업체의 산재 신청은 2020년 0건에서 2021년 10건, 2022년 99건, 지난해 328건, 올해 상반기 237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연도별로 산재가 인정된 비율은 90~96%였다. 노동계에선 '산재의 외주화'라는 주장이 나온다. 쿠팡의 산업재해 위험이 물류 계열사와 배송 위탁업체로 떠넘겨졌다는 것이다.
실제 쿠팡에선 일용·하청 근로자의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만 해도 5월 심야 로켓배송을 하던 위탁업체 소속 정슬기씨가 업무 종료 후 자택에서 쓰러져 숨졌고, 7월에는 일용직 노동자와 심야 로켓배송 기사가 각각 심정지와 뇌출혈로 사망했다. 8월에는 CLS 시흥2캠프에서 프레시백(신선식품 배달용 보랭가방) 정리 작업을 하던 김명규씨가 유명을 달리했다.
쿠팡 하청노동자 수만명, 산재·고용보험 미가입
쿠팡에 직간접 고용된 이들의 열악한 상황은 이뿐만이 아니다. 근로복지공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쿠팡 캠프 관련 업무를 위탁받은 90개 업체에서 산재보험 미가입 2만868건, 고용보험 미가입 2만80건이 적발됐다. 누락된 보험료는 총 37억3,700만 원이었다.
배송기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본래 업무가 아닌데도 기사들이 담당하고 있는 분류 작업이 대표적이다. 이용우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들이 쿠팡 남양주 캠프를 방문했을 때도 배송기사들이 분류작업을 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목격됐다"고 지적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도 최근 실태조사를 통해 쿠팡 배송기사가 하루 평균 3시간 24분 동안 분류 업무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이용우 의원은 "과중한 심야노동과 과로, 산업재해 노출은 쿠팡의 고질적 문제점"이라며 "최근에는 이 같은 산재 위험을 위탁업체로 떠넘기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은 '택배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 노동자 업무환경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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