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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 시험지도, 시계도 없어… 장애인 교사 임용시험, 갈 길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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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점자 시험지도, 시계도 없어… 장애인 교사 임용시험, 갈 길 멀다

입력
2024.10.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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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편의지원 요청, 법으로 보장돼 있지만
현장에선 장애 특성 고려 못한 운영으로 차별
장애인교사노조 "편의지원 체계 적극 개선해야"

2022학년도 서울 공립(국립·사립),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유치원·초등)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1차 시험일인 2021년 11월 13일 서울 동작구 서울공업고등학교에서 응시생들이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2022학년도 서울 공립(국립·사립),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유치원·초등)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1차 시험일인 2021년 11월 13일 서울 동작구 서울공업고등학교에서 응시생들이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 올해 1월, 시각장애인 A씨는 2024학년도 중등교사 임용 2차 시험에 응시했다. 점자 시험지를 미리 요청했지만 A씨가 시험장에서 받은 건 확대 시험지(저시력 장애인을 위해 글자 크기를 키운 시험지)였다. 절차상 준비가 미흡해 벌어진 일이었다. A씨가 항의했지만 시험 시행기관인 시도교육청 측은 대독 방식으로 응시할 것을 권했다. 결국 A씨는 본인이 원치 않던 대독 방식으로 시험을 치렀다.

교사가 되고자 하는 장애인들이 임용시험 응시 과정에서 법적으로 보장된 편의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사례가 다수 공개됐다. 현행 법령은 시험 시행기관이 응시자의 장애 특성에 따라 맞춤형 시험지 제공, 시험시간 연장 등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정작 위반 시 제재 규정은 따로 두고 있지 않다. 장애인 예비교사의 권리가 보장되도록 교육당국의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여 년간 편의지원 미비 반복... 당락에도 지장

13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장애인교사노동조합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전국에서 교사 임용시험을 치른 장애인에게 적절한 편의가 제공되지 않은 사례가 꾸준히 발생했다. 해당 사례들은 그동안 외부에 제대로 알려진 적이 없다.

우선 장애인 응시자들이 편의 지원을 사전에 신청했는데도 지원받지 못한 사례가 수차례 있었다. 2022학년도와 2018학년도 중등 임용 2차 시험에선 뇌병변 장애 응시자가 장애 특성을 감안해 시험시간을 1.5배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각각 '장애인 응시자 지원 미달'과 '관리위원 미숙지'를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장애 특성을 고려치 않고 전형을 강행한 사례도 적지 않다. 2020학년도 중등 임용 2차 시험당시 시각장애인 B씨는 시각장애인용 시계가 없는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러야 했다. 2014학년도 중등 임용 2차 면접 전형에선 면접 순서가 제비뽑기로 정해지면서 뇌병변 장애인 C씨가 비장애인 응시자들보다 늦게 면접을 봐야 했다. C씨는 오래 앉아있기 힘든 장애 특성 때문에 고통을 견디며 대기하는 곤욕을 치렀다. 2013학년도 중등 임용 1차 시험에선 연장 요청 시간이 같다는 이유로 확대 모니터를 쓰는 시각장애인 뒷자리에 뇌병변 장애인을 배치, 뇌병변 장애인 응시자에게 시각장애인 응시자의 답안이 훤히 보이는 일도 있었다.

관련 시행령 있지만... "장애 유형별 특성 고려 안 돼"

2021학년도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 1차 시험이 치러진 서울 용산고에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021학년도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 1차 시험이 치러진 서울 용산고에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2조와 교육공무원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규칙(교육부령) 제4조 3항에는 각각 '장애인이 시험에 응시한 경우 시험실시기관이 장애의 종류 및 정도에 따라 필요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를 어겼을 때 제재·처벌하는 내용은 없다 보니 응시자가 차별을 겪어도 별다른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교육당국은 장애인 편의 지원 의무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시도교육청은 임용시험 계획 수립 시 장애인 유형별 편의 지원 제공 여부도 당연히 포함한다"며 "만일 현장에서 편의 지원이 제공되지 못한다면 조사·감사를 통해 강력한 행정조치를 받을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까지 해당 규칙을 위반해 행정조치 등을 받은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공개된 사례에서 보듯이 현실은 전혀 다르다고 지적한다. 김헌용 장애인교사노조 위원장은 "장애 유형에 따라 필요한 편의 지원이 다름에도 관리 소홀로 인해 응시자 요구가 무시되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며 "응시자들은 원치 않는 방식으로 시험을 치르도록 강요당하며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숙 의원은 "교육청 등 관련 기관이 장애 특성을 면밀히 살펴 편의 지원 체계를 점검·개선해야 한다"며 "장애인에게도 공정한 시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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