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란'으로 돌아온 박정민
"강동원 팬…함께 작업하고 싶었다"
배우 박정민은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피아노 천재, 트렌스젠더, 고등학생 등 그간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왔다. '전,란'에서는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을 연기했다. 수많은 감독의 러브콜을 받아온 박정민은 '온순하게 말을 잘 듣는 것'이 배우로서 자신이 가진 강점이라고 바라봤다.
박정민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영화 '전,란'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전,란'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던 작품이다. 박정민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전,란'을 보며 '내가 찍은 게 이런 영화였다니. 감독님한테 다 계획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음악의 힘, 편집의 속도감 등이 배우들의 열연과 조화를 이룬 것을 보며 놀라움을 느꼈단다.
물론 촬영 과정이 늘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박정민은 "갓이 불투명하다 보니 누군가를 노려볼 때 카메라에 어떻게 담기는지에 따라 눈이 안 보이기도 했다.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울 때, 아니면 갓 때문에 연기하기 힘들 때 징징 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열심히 준비를 했으나 현장에서 잘 표현되지 않을 때도, 자신의 계산이 틀린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단다. 그럼에도 박정민은 종려를 섬세하게 그려내 대중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강동원과 박정민의 케미스트리는 '전,란' 속 볼거리 중 하나다. 박정민은 "동원 선배님과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이전부터 있었다. 너무 팬이었다. 선배님과 관련해 주변에서 듣는 말도 좋았다"고 말했다. 강동원을 '꽃미남의 대명사'라는 말로 표현하며 "선배님의 외형이 갖고 있는 기운과 에너지가 있다. 그런 분이 이런 (몸종) 역할을 하면 내가 양반 역할을 했을 때 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란'과 관련해 "박정민 강동원의 멜로 영화 같다"는 평도 나온 상황이다. 박정민은 "하나의 작품이 공개됐을 때 여러 얘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굴 붙잡고 '가만히 있어'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공기가 약간 이상했다. 우리 둘뿐만 아니라 스태프들과 감독님도 그 공기를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박정민은 '전,란'을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유한다면 자신이 연기한 종려가 로미오라고 말했다. "로미오가 조금 더 적극적이지 않나. (줄리엣) 집에 가고 창문을 통해 올라가기도 한다. 종려의 적극성이 없었다면 관계가 성립되지 않았을 것 같다"는 것이 박정민의 설명이다.
박정민은 차승원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은 2014년 종영한 SBS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했다'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박정민은 차승원과 관련해 "선배님과 10년 전 드라마를 같이 한 적이 있어서 조금 더 편했다. 선배님이 연기할 때도, 얘기할 때도 여유롭다. 본인이 준비한 것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다 보여주는 느낌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신록이 연기한 범동이 원래 남자 역할이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했다.
박정민이 생각하는 '전,란'의 매력 중 하나는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메시지다. 그는 "인간 사회, 그리고 넓게 봤을 때 숨쉬고 있는 모든 것에 계급이 어쩔 수 없이 있다고 생각한다. 법적으로는 계급이 없어졌으나 본성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란'이 '자유가 보장된 사회에서 좋은 구성원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리더가 필요할까' '어떤 가치를 지니고 살아야 할까' 등의 질문을 던져주는 영화라고 밝혔다.
박정민은 '전,란'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해 왔다. 그는 자신이 어떤 이유로 감독들의 러브콜을 꾸준히 받고 있다고 생각할까. 박정민은 "내가 (현장에) 독창적이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져 간다는 생각은 안한다. 꼼꼼하게 보는 것뿐이다. 다만 현장에서 감독님들이 뭔가 주문하면 말을 잘 듣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내 강점은 온순하게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박정민은 휴식기를 갖겠다고 선언해 시선을 모았다. 그는 "어떨 때 어떤 말을, 어떤 표정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에 대해 채집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휴식기를 가지려 하는 거다. 그래야 내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일을 신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휴식기 선언을 한 이유를 밝혔다.
박정민은 "내가 운영 중인 출판사를 어엿하게 만드는게 목표"라는 이야기 또한 전했다. 그는 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도 기쁜 마음을 드러내며 "독서 붐이 사그라들 것을 알지만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어 "한강 작가님을 통해 다른 작가님한테도 관심이 흘러가게 됐다. 사람들이 재밌는 책에 대해 알게 될 계기가 생긴 것 같다"고 이야기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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