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성, 공연계 뉴노멀로
모두예술극장 개관 1주년
장애인 관객 늘고 제작 노하우 축적
#. 다운증후군이 있는 27세 여성 켈리와 비장애인 남성 닐은 사랑에 빠지지만 왜곡된 시선으로 고충을 겪는다. 켈리의 엄마조차 닐이 딸을 착취할지 모른다며 편견을 드러낸다. 켈리는 자유를 원하고 연애도 하고 싶다. 지난 5월 공연된 연극 '젤리피쉬'는 다운증후군을 지닌 한 인간의 삶을 오롯이 들여다본 작품이다.
#. 다음 달 말 공연될 이탈리아 예술가 키아라 베르사니의 '젠틀 유니콘'은 스스로를 유니콘으로 규정한 베르사니의 신체극이다. 골형성 부전증이 있는 키 98㎝의 베르사니는 자신의 몸을 천천히 움직이며 외모에 대한 사회적 기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1주년 맞은 국내 최초의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
두 공연은 장애를 '극복 대상'이나 '감동의 원천'으로 그리는 공연·미디어의 낡은 접근법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모두예술극장이 공연장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국내 최초의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이 오는 24일로 개관 1주년을 맞는다. 장애인 관객의 접근성을 높이고 장애예술 창작 거점 활동을 지향하는 이 공간의 등장으로 장애예술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선 장애 유형별 공연이 다양하게 제작됐다. 올해 6월에 선보인 '어둠 속에 풍경'은 시각에 의존하는 관람 방식에서 벗어나 청각과 촉감을 활용해 온몸으로 느끼도록 만든 다원예술이다. 7월에는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함께 즐기는 '모두의 클럽'이 공연됐다.
모두예술극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설립하고 운영하는 250석 규모의 공연장. '이동 편의성'에 중점을 두고 설계됐고 수어통역과 점자해설서 등 접근성서비스도 제공한다. 장애예술의 창작 방법론을 정립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접근성과 장애예술에 초점을 맞춘 공연장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어 대만, 일본, 캐나다 등 해외 기관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15일 열린 개관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는 구체적 1년 성과도 공개됐다. 장애인 관람객 비율은 지난해 6%에서 올해 8%로 증가했다. 오세형 극장운영부장은 "이 같은 상승세라면 내년에는 10%를 넘길 것"이라며 "반복적으로 방문해 공연을 즐기는 '애호가 관객'을 많이 늘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공연장 가동률도 빠르게 높아졌다. 올 상반기 55.1%였던 공연장 가동률은 하반기에 91.6%로 올랐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해 조사한 전국 공연장 가동률(50.2%)보다 높다.
"장애예술로 공연 언어 확장"
모두예술극장은 연말까지 노화와 돌봄 등으로 주제를 확장한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인다.
베르사니는 11월 29, 30일 '젠틀 유니콘'에 이어 12월 4일 '덤불'과 12월 6, 7일 '애니멀'을 선보인다. 11월 14~16일 공연되는 '삶의 형태(들)'는 만성 질환으로 신체 활동이 제한된 전직 댄서와 전직 프로 복서가 무용수들과 함께 꾸미는 공연이다. 프랑스 단체 쇼넨컴퍼니의 작품이다. 헝가리 안무가 에스테르 살라몬과 전직 무용수인 그의 어머니가 함께하는 '마/더스'도 같은 달 21~23일 펼쳐진다. 30년 만에 다시 무대를 갖는 두 모녀의 신체 간 얽힘을 통해 노화에 따른 관계 변화의 의미를 화두로 던진다. 지난해 초연한 창작 뮤지컬 '푸른 나비의 숲'은 새로 단장해 12월 20~25일에 선보인다.
김형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은 "장애는 새로운 문화이자 모두의 문화"라며 "장애로 인한 결핍과 예술이 만났을 때 창작되는 독특함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예술의 특성과 부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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