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번째 개인전 연 배우이자 화가 하정우
신작 회화 35점 선보여...카펫에서 영감
서울 학고재 갤러리서 11월 16일까지
"그동안 제 그림에 대해선 안 좋은 반응이 98%였어요. 그래도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70대가 되면 재평가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연기와 그림은 저에게 50 대 50 비중이에요. 그림을 평생 그릴 겁니다."
배우이자 화가 하정우(46)가 16일부터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최신작 35여 점을 선보이는 개인전을 연다. 올해 영화 촬영 일정이 없었던 그는 100호가 넘는 대작을 포함해 회화 35점을 그렸다. 전시 제목인 '가족 외의 사람에게 내 생각을 말하지 말라(Never tell anybody outside the family)'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대부'의 대사다.
20대 중반 미래가 불투명했던 현실을 버티기 위해 하정우는 붓을 잡았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그는 잭슨 폴락, 장 미셸 바스키아, 피카소 등 동경하는 화가의 작품을 따라 그리며 독학으로 그림을 익혔다. 그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림을 그리는 게 좋았고 그 시간만큼은 위로받았다"며 "순수한 열정과 시간이 쌓여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매해 1, 2번씩 개인전을 열었다.
과거에는 선명한 원색을 써서 주변 인물을 그렸다면, 신작은 2022년 영화 '비공식작전' 촬영을 위해 5개월간 머무른 모로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작품의 영감이 된 카펫은 모로코의 대표적인 수공예품. 카펫의 화려한 색채와 기하학적인 아라베스크 패턴이란 모티프로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냈다. 모로코 고대 도시 마라케시의 특산품 도자기와 한국 전통 탈 등을 소재로 한 그림도 더해졌다.
하정우 그림, 내년 미국 '시카고 엑스포' 간다
학고재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화랑이다. 그림을 그리는 연예인은 많지만 주류 갤러리에서 전시를 연 사례는 흔하지 않다. 우찬규 학고재 갤러리 회장은 "화가 하정우의 작품세계를 꾸준히 지켜봤고 화가로서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K미술의 외연을 넓히는 차원에서 함께 하기로 했고, 아트페어에도 출품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업 작가가 아님에도 대형 갤러리의 러브콜을 받은 데 대해 하정우는 "배우로 활동하는 것도 매 순간 선택받은 것이고, 이번에도 운 좋게 선택을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며 "낯설고 서투른 그림이지만 진심과 마음을 담으면 통할 것"이라고 했다. 학고재 갤러리는 하정우의 신작을 내년 4월 열리는 미국 시카고 엑스포에 출품할 예정이다. 전시는 다음 달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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