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세 감독 제작 옴니버스 ‘더 킬러스’로
장항준 김종관 노덕 감독 등과 호흡 맞춰
뱀파이어, 납치된 인물 등 4색 연기 펼쳐
긴장된 표정이었다. 여러 감독과 협업한 후 “홀로 영화를 대표해 나온 자리”이니 그럴 만도 했다. 골똘히 생각한 후 단어를 조심스레 골라가며 조리 있게 말했다. 21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심은경(30)은 여전히 영민해 보였다. 그는 영화 ‘더 킬러스’ 개봉(23일)을 앞두고 있다. ‘궁합’(2018)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 영화다.
단편 4편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변신
‘더 킬러스’는 옴니버스 영화다. 단편 네 편이 모여 한 몸을 구성한다. ‘살인청부업자’라는 공통분모만 두고 김종관 감독과 노덕 감독, 장항준 감독, 이명세 감독이 각자 구상한 이야기를 스크린에 펼쳐낸다. 이 감독이 기획하고 제작했다.
심은경은 당초 이 감독이 연출한 ‘무성영화’ 편에만 출연하려 했다. “영화 ‘M’(2007)을 본 후 존경하게 된 감독님”의 출연 제안을 심은경은 “너무 기쁘게, 무조건 하겠다”며 받아들였다(그는 이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를 “단연코 한국 최고의 컬트 영화”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김 감독과 노 감독 등이 약속이라도 한 듯 심은경에게 따로 전화를 했다. 자신들의 단편에도 출연해 달라고. 심은경은 “(단편들 사이에) 유기적 흐름이 보다 더 잡혀 있으면 좋겠고, 배우가 그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네 편 모두에 참여하게 됐다.
단편 네 편은 각기 다른 개성을 발산한다. 김 감독의 ‘변신’은 폭력배들을 피해 한 바에 들어간 남자의 사연을 다룬다.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도시괴담 같은 영화다. 노 감독의 ‘업자들’은 엉뚱한 사람을 타깃으로 삼은 살인청부업자들 사연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장 감독의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는 악명 높은 살인청부업자를 잡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스릴러다. 이 감독의 ‘무성영화’는 지하도시를 배경으로 실험성 짙은 영상미를 보여준다. 심은경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바텐더와 납치 피해자, 포스터 속 모델 등으로 4색 연기를 선보인다.
심은경은 “새 장르를 하고 싶다는 갈망이 컸는데 많은 걸 한 번에 맛볼 수 있어 신나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스페라투’(1922)와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1920) 같은 영화를 보며 뱀파이어물은 꼭 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일본 활동 노력의 의미 깨닫게 해줘"
심은경은 영화 ‘신문기자’(2019)를 시작으로 일본에서도 활동한다. “어려서부터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실행 중이다. 일본 활동은 그에게 생각지 않은 깨달음을 줬다. 심은경은 “언어가 안 되니 일본어 대본과 한국어 대본을 동시에 보면서 하루 종일 소리 내 대사를 읽고는 했다”며 “그 과정 속에서 내가 노력이라는 걸 잊고 있었던 거 아닌가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저는 강점이 없는 배우라서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연기 천재’라는 말에 제가 뭐라도 된 것 같다고 한때 생각했는데 그게 제 발목을 잡은 듯해요. ‘연기라는 게 연습을 해야 그나마 좀 표현이 되는구나, 그나마 한발짝 나갈 수 있구나’를 ‘더 킬러스’ 촬영 현장에서도 다시 깨달았어요.”
심은경은 한국과 일본에서 연기 활동을 계속 병행할 생각이다. “어느 쪽에 비중을 크게 두고 하겠다”는 계획은 딱히 없다. 그는 “제가 발길 닿는 대로 손길 닿는 대로 사는 사람”이라며 “어떤 제한을 두지 않고 한국이든 일본이든 좋은 작품 제안이 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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