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종사자 1만500명 공동 성명
"해당 작품 창작자 생계에 중대한 위협"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일본계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 할리우드 배우 줄리앤 무어,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 멤버 톰 요크 등 문화예술 종사자 1만여 명이 인공지능(AI) 개발사들의 저작권 침해를 한목소리로 규탄하고 나섰다. 저작권 침해는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문제로, 용인돼선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22일(현지시간)까지 약 1만500명이 이름을 올린 이 성명은 비영리단체 '페얼리 트레인드'(Fairly Trained)가 주도했다. 페얼리 트레인드는 AI 기업들에 대항해 창작자를 지원하는 단체로, 영국 AI 스타트업 스태빌리티AI에서 일하다 창작물을 AI 학습에 사용하는 회사 방침에 동의하지 않아 퇴사한 작곡가 에드 뉴턴렉스가 설립했다.
성명은 단 29개 단어로 이뤄졌다. 길게 설명하는 대신 한 문장에 하고 싶은 말을 압축해 담은 것이다. "생성형 AI 학습을 위해 창의적인 작품들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해당 작품을 만든 사람들의 생계에 대한 중대하고 부당한 위협이며,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스웨덴 그룹 아바의 비에른 울바에우스, 미국 배우 케빈 베이컨, 멀리사 조앤 하트, 케이트 매키넌 등이 성명에 동참했다. 미국음악가연맹, 미국 배우노조, 유럽작가위원회 등 단체들도 이름을 보탰다.
AI 개발은 온라인에서 긁어모은 방대한 양의 글과 이미지, 동영상 등 콘텐츠를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도 대부분의 경우 저작권자의 동의나 보상 없이 수집되고 있다. 이를 두고 "데이터 도둑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AI 업체들은 미국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의 원리'로 맞서 왔다. 공정 이용은 저작권자 동의 없이도 저작물을 합리적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로, 출판물이 학문 연구나 평론에 이용되는 게 대표적인 예다.
해외에서는 이에 대항해 작가, 언론사, 출판사 등이 오픈AI 등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내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성명 발표도 이 같은 반발 움직임의 연장선상에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갈등 해결을 위해) 현재 미국, 영국 등의 규제 당국은 AI 개발에 저작권 침해 예외를 허용할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며 "창작자와 출판사들이 선택적으로 거부하지 않는 한 AI 기업들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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