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둘러싼 당정갈등 악화일로
이재명 1심 선고일 맞물려 여야 긴장
5일 美 대선 결과도 北 위협과 맞물려 긴장
편집자주
여의'도'와 용'산'의 '공'복들이 '원'래 이래? 한국 정치의 중심인 국회와 대통령실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의 뒷얘기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국내외에서 밀려오는 복합적인 격랑이 다시 한반도를 뒤흔들 조짐입니다. 특히 11월은 여러모로 심상치 않습니다. 안으로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충돌이 끝장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열흘 간격으로 예정된 1심 재판 결과에 따라 대선가도에 상당한 치명상을 입을지도 모릅니다.
밖으로는 제멋대로, 예측불허의 대명사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여부가 최대 변수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러시아 파병에 그치지 않고 호시탐탐 한미 양국을 노리며 위협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위험요인이 넘쳐난 적이 있었을까요. 윤석열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도는 11월, 전례 없는 고차원의 도전에 맞서 치열한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할 참입니다.
尹의 탈당? 韓의 중도 사퇴?...14일이 분수령
국내 정치 상황부터 짚어볼까요. 김건희 여사 의혹을 둘러싼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은 이미 여권 내부에서도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악화일로에 빠져든 상태입니다.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홀대를 당한 한 대표는 곧장 “김 여사 문제를 이 대표 1심 판결 전까지 해소해야 한다”고 최후통첩을 보냈습니다. 이 대표 1심이 11월 15일과 25일 예정돼 있기 때문에 14일을 데드라인으로 삼은 셈인데요.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는 윤 대통령의 극적인 입장 변화가 없는 한, 정면충돌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기싸움은 대부분 한쪽이 완전히 무릎을 꿇어야 끝났다는 점에 비춰, 윤 대통령의 탈당이나 한 대표의 중도 사퇴가 종착역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이에 대해 최근 만난 한 여권 관계자는 “재보선 결과에 한 대표가 고무된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이 기존 입장을 고수할수록 한 대표는 대응수위를 더 높여 양측이 정면충돌도 불사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로 추락했는데도 양측이 이처럼 사태를 방관하고 오히려 갈등을 키운다는 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열흘 간격으로 두 번의 1심 이재명, 대권가도 1차 고비?
반면 김 여사 특검법을 밀어붙이는 민주당은 이 같은 내홍에 쾌재를 부르고 있습니다. 특히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지난 특검법 재투표 처리를 막기 위해 30명의 당내 의원을 설득했다고 얘기했다는 부분은 민주당에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롱 패딩을 준비하겠다"는 민주당은 11월 2일부터 장외 투쟁을 예고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다만 여권에서는 제1야당의 장외투쟁 목적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김 여사 특검법 처리 등 윤 정부의 실정 규탄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속으로는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차단을 위한 방탄용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실제 이 대표는 11월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25일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이 각각 예정돼 있습니다. 이 대표 부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1심도 14일 열릴 예정입니다. 이 대표의 유무죄 가능성을 두고 당 내부에서는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은 80만~90만 원 벌금형, 위증교사혐의도 그에 준하는 벌금형 정도 재판부에서 때리면 적어도 대통령실 분위기 맞추면서 야당도 죽이지 않고 중간을 선택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종합하면 이 대표가 유죄를 받아도 피선거권이 5년간 제한되는 벌금 100만 원 이상 형까지 선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문제는 형량과 무관하게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야당 내부 분위기입니다. 일단 10·16 재보궐선거에서 텃밭 호남을 사수해 한숨을 돌린 이 대표이지만, 유죄가 나올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사법리스크는 언제든 이 대표의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특히 지지율 차이가 크게 벌어져 있는 다른 야권 대선주자들 입장에서는 이런 이 대표의 약점이 본인들에게 틈을 엿볼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이낙연 후보가 이 대표를 공격한 지점에 비춰보면 이들의 분위기를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을 겁니다.
대선까지 2년 6개월이나 남은 시점에 이 대표가 굳이 집권플랜본부까지 가동시킨 것에 이 같은 위기의식이 묻어납니다. 이 대표가 장악한 민주당은 정부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김 여사 의혹에 파상공세를 퍼부을수록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반면 여당 특히 친윤석열계는 이런 민주당의 속내를 부각해 김 여사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정국 상황의 반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변수는 김 여사 문제로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한 대표의 선택입니다.
트럼프 재집권 시 변수 유동적
이번에는 밖으로 시선을 돌려볼까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훨씬 더 복잡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수는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입니다.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의 재선은 한반도는 물론 글로벌 정세에 일대 파장을 몰고 올 쓰나미와 같습니다. 유세과정에서 이미 한국을 '머니머신'이라고 조롱한 그이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문제가 아닙니다. 주한미군 철수를 들먹이며 대북 안보태세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관세장벽을 만지작거리며 우리 기업의 대미수출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한국이 이미 중국보다는 미국에 밀착한 상황에서 상당한 '배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트럼프 재집권'을 지켜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이미 '트럼프 리스크'로 바뀐 지 오래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거슬리는 건 김정은 체제의 노림수입니다. 북한은 미 대선을 지렛대 삼아 몸값을 높이는 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이미 국가정보원에서는 미 대선을 전후해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북한도 핵실험 시설을 부분적으로 공개하는 등 추임새를 넣고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도 지난 23일 북한과 중국, 이란, 러시아의 핵무기 최신 동향 보고서에서 "북한이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핵실험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은 2017년 9월 6차 핵실험 이후 아직 핵버튼을 누르지 않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우리 당국의 판단입니다. 핵을 보유한 북한과 비핵화를 외치는 남한, 힘의 우열을 감안하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러시아와 군사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는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투입시키면서 이미 한 방 먹였습니다. 특히 러시아가 파병 대가로 북한이 아직 보유하지 못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비롯한 핵심 군사기술을 전수한다면 자칫 게임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개발한 핵탄두를 미사일에 실어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외부 위협과 정세 변화를 지켜보며 우리 정부가 꺼낼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습니다. 북한을 옭아맬 수도 없고, 러시아의 발목을 잡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오로지 한미일 협력 수준을 높이고 국제사회과 공조를 강화하는 게 전부입니다. 윤 대통령이 국내 정치의 주요 현안을 말끔하게 매듭짓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칫 '내우외환'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다만 격랑의 11월에도 윤 대통령이 존재감을 발휘할 기회는 남았습니다. 11월 20일부터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만나 족적을 남기는 시나리오입니다. 지난해 APEC에서 양국 정상의 회담이 무산된 데다, 내년 APEC정상회의를 한국이 주최하는 점을 감안하며 양국 모두 이번 페루에서의 만남이 중요합니다. 물론 그간 윤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 보여준 정상외교를 감안하면 회의적인 관측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모쪼록 국익을 위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길 기대합니다. 그전에 날로 고조되는 여권의 내부 갈등부터 줄이는 자성의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국민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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