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 절차 안 거치는 '모르쇠' 운영 허다
영업신고증 제출 의무화… 단속 어려워
불법 공유숙박 밀집 지역 주민 고통도
28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의 한 빌라촌. 조용하던 동네 곳곳에서 여행가방(캐리어) 바퀴가 아스팔트를 긁는 '드르륵 돌돌돌' 소음이 들렸다. 매일 오후 3~4시쯤이면 공유형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예약한 관광객들이 입실 시간에 맞춰 짐을 풀기 위해 몰려든다. 이날도 5인 외국인 가족, 20대 커플 등이 여행가방을 끌고 한 주택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한국일보 취재 결과 이곳은 숙박업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영등포구 오피스텔과 제주 자택을 제대로 된 등록 절차 없이 숙박업소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41)씨와 비슷한 사례로 보인다. 문제는 '일부의 일탈'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유숙박의 80~90%는 불법'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라 실태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택가 숨어든 에어비앤비
국내에서 공유숙박 업소를 합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에 '관광숙박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거나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농어촌 정비법에 따른 '농어촌 민박 사업장'으로 신고하거나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관광진흥법에 따라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또는 '한옥체험업'으로 등록해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마포구 일대 공유숙소로 출장 청소를 다닌다는 오모(61)씨는 "주택가마다 곳곳에 (불법 에어비앤비 등이) 숨어 있는데, (신고가 들어갈 수 있어) 숨죽이고 작업한다"고 털어놨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도 "한 사람이 10곳 이상을 불법 숙소로 굴리는 경우도 봤다"고 했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소품숍이 자리해 젊은 세대와 외국인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연남동은 곳곳에 숙소로 개조한 원룸이 자리 잡고 있는데 상당수가 등록 절차를 생략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 빌라에 사는 이모(87)씨는 "동네가 온통 에어비앤비다. 건너편 건물 반지하, 당장 우리 옆집도 하는 모양"이라며 "여행가방 소리, 외국어 소음에 피로가 쌓인다"고 호소했다. 그의 옆집 역시 불법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지자체에서 적발한 불법 공유숙박업 건수(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 제공)는 2022년 291건, 2023년 459건에 이어 2024년 8월 기준 310건으로 증가세다. 그러나 '빙산의 일각'이다. 여행산업 연구기관 '야놀자리서치' 등에 따르면 에어비앤비에 올라와 있는 숙소는 1만7,300개에 달하는데 올해 1월 기준 서울시에 등록된 외국인 민박업 숙소는 7.5%인 2,295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은 불법일 가능성이 높다.
단속 난항... "제도 마련 시급"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지난 7월 에어비앤비는 신규 등록 호스트에게 '영업신고증'을 받고, 이미 숙소를 운영 중인 경우 내년 10월까지 신고증을 받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배짱 영업은 계속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일일이 단속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국 관계자는 "호스트가 투숙객과 (에어비앤비 내) 메신저로 소통하고 숙소에 상주하지 않기 때문에 접촉 자체가 어렵다"며 "불법 숙소로 쓰인 정황을 포착하려 해도 들어갈 권한이 없어 투숙객이 협조를 거부하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불법 공유숙박은 탈세로 이어지고, 범죄 발생 우려도 있어 제대로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업체와 논의해서 관련 규제를 만들고 그 제도 안에서 활발하게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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