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초연결시대입니다. 글로벌 분업, 기후변화 대응, 빈곤퇴치 등에서 국적을 넘어선 세계시민의 연대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같은 시대, 같은 행성에 공존하는 대륙과 바다 건너편 시민들의 민심을 전합니다.
선거제도 및 국가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어딜까. 29일 갤럽에 따르면, 2003년 이후 160여 개국을 대상으로 국가별 정치, 사회의식 등을 비교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조사에 포함된, ‘선거 신뢰도’ 질문에서 동유럽 불가리아(10%)가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불가리아의 수치는 신뢰도가 10번째로 낮은 나이지리아(23%)나 9위 콜롬비아·페루(22%), 4위 북마케도니아(18%) 등보다 훨씬 낮다. 갤럽은 “지난 20년 동안에도 불가리아 국민의 선거 신뢰도는 높지 않았지만, 2022년과 2023년엔 세계 최하위로 떨어졌다”라고 덧붙였다.
선거제도에 대한 불가리아 국민의 불신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갤럽에 따르면 2006년 신뢰도 36%를 기록한 이후 매년 10%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10%로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갤럽은 “2017년(25%)과 2020년(24%) 2021년(23%) 잠시 20%를 넘었지만, 이외에는 모두 10%대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불가리아 국민은 법원 등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도도 17%에 머무르며 유럽 27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6위 그리스·몰타(37%)보다도 20%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다. 불가리아는 또 갤럽이 △정부 △사법제도 △선거제도 △군(軍) 등 4개 정부 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종합 측정한 2023년 조사에서도 100점 만점에 18점을 기록하며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갤럽은 “두 번째로 낮은 점수를 기록한 페루(26점)보다도 신뢰도 점수가 훨씬 낮았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에서 가장 가난한 회원국인 불가리아는 최근 정치적 분열이 심각한 상태다. 2021년부터 지난 27일 총선을 포함해 약 3년 6개월간 7번의 총선을 치렀다. 반부패 국민 시위가 이어지면서 2021년 4월 총선으로 보이코 보리소프 전 총리의 장기 집권이 막을 내렸지만, 이후 단 한 번도 단일 정당이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하지 못했다. 짧은 기간 투표가 거듭됐는데도 이렇다 할 결과물이 나오지 않자, 유권자들도 점점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불가리아 국민은 EU 집행위원회에 대해 불신감을 드러냈다. EU에 대한 불가리아의 신뢰도는 50~60% 선을 유지했고 2021년엔 64%(EU 평균과 동일)로 정점을 찍었지만, 2022년엔 49%, 2023년엔 42%로 역대 최저점을 기록했다. 다른 EU 국가들의 평균 신뢰도가 62%인 점을 고려하면 6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갤럽은 “불가리아 등 과거 공산권 국가들이 EU를 불신하는 현상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EU가 추진하는 각종 민주주의 정책도 동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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