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등 인류 난제 해결할 기대주 mRNA
한국, 2028년 'mRNA 백신 주권' 목표
임상 단계지만 후발 주자 중 상위권 평가
"국가적 지원과 글로벌 네트워크 필요"
코로나19가 전 세계에서 유행한 2020년 12월 화이자와 모더나는 인류 최초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내놓았다. 처음 상용화된 mRNA 백신이라 부작용 우려가 고개를 들었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선진국들은 코로나19를 막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mRNA 백신 개발에 기여한 학자들이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며 mRNA 기술은 암 백신, 희귀질환 치료제 등 인류의 난제를 극복할 기대주로 부상했다.
이제 주요 국가들은 mRNA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후발 주자인 우리도 2028년 mRNA 백신 완성을 목표로 총력전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시작이 늦었지만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면 불가능은 아니라고 전망한다.
포기할 수 없는 기회의 영역 mRNA
2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mRNA는 단백질 만드는 법을 인체에 알려주는 유전물질이다. 코로나19 백신도 바이러스의 유전정보가 담긴 mRNA를 투여하면 면역반응을 통해 그에 대항하는 항체 단백질이 생성되는 원리다. 세포를 직접 조작·처리해 주입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플랫폼만 구축하면 유전정보를 갈아 끼워 신속한 mRNA 백신 설계와 생산이 가능하다. 화이자나 모더나도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가 밝혀진 지 약 11개월 만에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론적으로 mRNA는 모든 종류의 단백질을 암호화해 생성할 수 있다. 치료제를 만들 수 없었던 암, 에이즈 등도 마찬가지다. 유전정보만 파악되면 신속하게 신약 후보물질 도출이 가능하다. 이달 23일 대한면역학회 등이 주관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mRNA 연구로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에볼라, 유행성출혈열, 흑색종, 췌장암 등 여러 질환의 예방 및 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인류의 백신 개발 역사에 혁신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열한 mRNA 기술 선점 각축전
글로벌 기업들은 국가적 지원 아래 코로나19 백신으로 불붙은 mRNA의 가능성을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처음 내놓은 제약사들이 이런 분야에서도 앞서간다.
화이자는 인플루엔자(독감), 수두, 콤보 백신(코로나19+인플루엔자) 등 7개의 mRNA 백신을 개발 중이다. 모더나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mRNA 백신을 올해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승인 받았고 인플루엔자,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지카바이러스 등 감염병 외에도 암 백신 등 12종 개발에 착수했다. 그중 조류인플루엔자 mRNA 백신 개발에는 미국 정부가 약 2,442억 원을 지원한다.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개발한 독일의 바이오앤텍은 결핵, 말라리아 등 개발 중인 10개 백신 후보물질을 모두 mRNA 플랫폼으로 구축한다. 로슈와는 췌장관세포암 백신 임상 2상에 진입했다.
일본 제약사 다이이찌산쿄도 지난해 8월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일본 정부는 다이이찌산쿄를 비롯한 자국 제약사 세 곳에 약 9,300억 원을 투자해 임상 1~3상 및 생산설비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우리는 아직 코로나19 백신 임상 1상 단계에 머물고 있다. mRNA 핵심기술을 국내 기업들이 분산 개발·보유 중인데, 자본력 한계 등으로 대부분 비임상 또는 임상시험 시작 단계에서 정체된 상황이다.
후발 주자지만 대규모 임상, 백신 국산화 등 강점
정부는 2028년까지 'mRNA 백신 주권 확보'를 목표로 설정했다. 다음 팬데믹 시 100일 또는 200일 이내에 신속하게 백신을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올해 8월 관련 연구개발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결정했고, 질병청은 이달 18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등을 대상으로 mRNA 백신 개발 지원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질병청 관계자는 "암 백신, 만성질환과 희귀질환 치료제 등으로 확장이 가능해 mRNA 기술을 확보하면 중요한 국가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시작이 늦었고 기술력이 뒤처졌다.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 시장을 선점한 해외 기업들에 종속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르고 대규모 임상시험 및 백신 국산화 성공 경험 등의 역량을 보유해 후발 주자 중에서는 상위권으로 평가되는 점은 다행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뿐 아니라 신속한 인허가 체계 수립이 중요하다"며 "현장 전문가와 기업들은 정부의 의지만 있다면 우리도 충분히 mRNA 백신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질병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은화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항원 최적화와 전달체(LNP) 등 핵심기술을 확보했지만 관건은 기술 개발의 집중화, 임상시험, 품목허가"라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후보물질 확보를 넘어 범부처의 통합적 연구개발 지원과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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