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7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광주 시내 곳곳서 축제 분위기
매출 급증에 골목경제도 활력
28일 KIA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 12번째 우승을 거머쥔 순간 광주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골목마다 위치한 호프집과 포장마차에선 야구 관람을 위해 찾은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이날 경기가 엮어낸 '반전 드라마'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한숨과 환호성을 함께했다. 9회초 삼자 범퇴로 마무리 투수 정해영이 삼진으로 아웃 카운트를 잡는 순간, 어린이부터 대학생, 직장인, 노인까지 각양각색 사람들이 서로 얼싸안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호프집에서 만난 미용사 이혜영(34)씨는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이라고 했다. 벅찬 감정을 참지 못한 그는 무작정 인근 편의점을 향하더니, 숙취해소제를 한 아름 사 들고 나와 손님들에게 돌렸다. 불과 1시간여 전쯤 한숨을 푹푹 내쉬던 그는 "사실 처음부터 이길 것 같았다"며 "올해 KIA가 역전승을 하도 많이 해서 이번에도 역전승을 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거리에선 응원가 남행열차를 떼창하는 함성도 이어졌다.
고등학교 교사 김유진(44)씨는 "광주에서 KIA 야구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며 "광주가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마다 위로를 해줬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벅찼다"고 했다. 김씨 말처럼 광주 팬들에게 프로야구는 야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프로야구의 출범이 1980년대 전두환 정부가 군사 독재로 인한 반발을 억제하기 위해 시행된 우민화 정책과 무관치 않았지만, 역설적으로 소외된 호남 사람들의 울분과 한을 풀어주는 해방구 역할을 했다.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 호남 사람들은 '목포의 눈물'과 남행열차'를 외치며 위로받았다. 김씨는 "아버지에게 야구의 재미를 배웠던 것처럼 아들에게 야구의 재미를 가르치고 있다"며 "서러운 세월을 숨죽이고 살았던 호남 사람들에게 해태 타이거즈와 KIA 타이거즈의 우승은 광주의 씻김굿이고 응원가는 진혼곡이었다"고 했다. 광주 사람들에게 야구는 어두운 시대를 헤쳐온 그들의 초상이었던 셈이다.
목포의 눈물을 모르는 20·30세대 사이에서도 야구 열기는 뜨거웠다. KIA의 응원 춤 '삐끼삐끼'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강타했고, 스타성 있는 젊은 플레이어들의 등장으로 관심도가 부쩍 높아졌다. 육아하면서 집에서 야구 경기를 봤다는 이원욱(39)씨는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완벽했다"며 "오랜만에 우승이 막막한 일상 속 오아시스가 된 것 같다"고 했다. 대학생 이소연(23)씨도 "정치는 잘 몰라도 분위기가 그냥 좋다"며 "열기가 뜨겁다 보니 집을 안 가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KIA의 우승은 고물가에 지친 자영업자들에게도 가뭄의 단비가 됐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철민(50)씨는 "작년에 너무 어려워서 가게를 접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KIA 덕분에 장사가 잘돼 위기를 넘긴 것 같다"며 "우승까지 해서 연말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광주공공배달앱을 통한 주문 건수와 매출액이 직전 주 평일 대비 약 4배 급증했다. 광주공공배달앱 이용 실적으로 집계한 지역 소상공인 매출은 광주에서 경기를 치른 날과 대구로 원정을 떠난 날을 구분하지 않고 고루 상승했다. 주문 건수와 매출액 증가는 공공배달앱 이용량이 많은 평소 주말과 비교해도 2배에 달했다.
광주의 축제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광주시는 지역 연고팀인 KIA 타이거즈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통산 12번째 우승을 달성한 것을 기념해 ‘광주 관광기념품 할인이벤트’를 연다. 할인이벤트는 광주시와 광주디자인진흥원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관광기념품 광주 굿즈’에서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오매나인형, 광주랜드마크 에코백, 광주오월의향 이팝나무비누, 광주시티 피크닉매트, 광주자치구 머그컵 등 굿즈를 12~50% 할인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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