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의료·연금·노동·교육개혁의 4대 개혁 추진이 곧 민생”이라며 “(올해) 남은 두 달, 정부는 무엇보다 4대 개혁 과제 추진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 논란으로 지지율 20% 방어선마저 뚫릴 우려가 커진 가운데, 국정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을 ‘4대 개혁’ 성과로 잡은 것이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개혁을 현실화하려면 국회, 야당과의 소통과 설득이 긴요한데도 당장 예정된 내달 4일 국회 시정연설 참석조차 불투명하다.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파트너인 국회를 외면하면서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힌 개혁과제를 어떻게 관철시킬 수 있을지 우려가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이 이날 4대 개혁 성과를 전 부처에 주문한 건 임기 반환점(11월 10일)을 맞아 김 여사 리스크와 당정갈등에 국정동력이 상실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에 대해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비급여 및 실손보험개혁안 마련,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대책 마련을 신속 주문했다.
이어 연금·노동·교육개혁에 대해서도 거듭 ‘국민 체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은 현재세대와 미래세대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민생 문제”라며 국회를 향해 의견 수렴을 촉구했다. 노동개혁과 관련, “이제 국민의 일자리 기회를 넓히는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개혁을 언급하면서 “유보통합은 충실한 의견수렴을 통해 연말까지 교원 자격 등 통합 기준을 확정하고, 늘봄학교는 내년에 초등학교 2학년까지 차질 없이 확대되도록 치밀하게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날 비공개 참모 회의에서 “4대 개혁이 언론의 주목을 받아야 개혁 동력을 얻게 된다”며 성과를 주문한 데 이어 이날 직접 공개적으로 4대 개혁 성과를 강조한 건, 김 여사 리스크를 떨칠 유일한 대안이 ‘4대 개혁’ 성과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 사과 요구, 인적 쇄신 등 여러 요구가 있지만 정부 본연의 역할은 개혁 성과를 내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개혁이 성과를 내려면 국회, 야당과의 협치가 우선이다. 윤 대통령이 줄곧 간과한 부분이다. 이날 4대 개혁 성과를 주문하면서 ‘입법’을 한 차례, ‘국회’를 세 차례에 거론했지만 국정 파트너인 야당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다. 민주화 이후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매년 대통령이 참석해온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도 불참한다면 또 다른 오명을 자초하는 격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며 불참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야당이 김 여사와 관련한 의혹을 고리 삼아 ‘대통령 망신 주기’ 퍼포먼스를 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의원은 “불편하더라도 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개혁 동력,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당당하게 참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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