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부터 보유 상품 그대로 운용사 환승
은행 '원금 보장' vs 증권사 '높은 수익률'
DB, DC, IRP 동일 제도 내에서만 환승
퇴직연금을 있는 그대로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 이전' 제도가 31일 시행하면서 직장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면서 낮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금융사로의 자금 이동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시장 규모가 400조 원에 달하는 만큼 금융사의 가입자 유치 경쟁도 불이 붙었다.
29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1일부터 44개 퇴직연금 사업자 중 37곳이 퇴직연금 실물 이전 서비스를 시작한다. 증권사 2개(iM증권·하나증권)와 은행 4개(부산은행·경남은행·iM뱅크·광주은행), 보험사 1개(삼성생명)는 시스템 구축 지연 등을 이유로 추후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은 사내에 적립하는 퇴직금과 달리 사용자가 퇴직급여 재원을 금융기관에 적립·운영해 근로자 퇴직 후 지급하는 제도다. 회사가 퇴직자에게 줄 돈을 미리 정해 놓고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 회사는 적립금을 넣어 주기만 하고 근로자가 상품을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직하거나 퇴사할 때 받은 퇴직금을 개인 계좌에 적립해 운용하는 개인형퇴직연금(IRP)도 있다.
그동안 은행에서 증권으로 퇴직연금 계좌를 옮기려면 운용 중인 투자 상품을 모두 팔아 현금화한 뒤 재가입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수수료 등을 내야 해 사실상 한 번 선택하면 장기간 자금이 묶였다.
실물 이전 제도 시행으로 퇴직연금 가입자는 새로 계좌를 옮기고자 하는 금융사에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한 뒤 이전 신청서만 접수하면 된다. 다만 실물 이전은 DB, DC, IRP 등 동일한 제도 내에서만 가능하다. DB에서 DC로의 실물 이전은 안 된다는 뜻이다.
퇴직연금시장의 주도권은 은행이 쥐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400조878억 원인데, 은행 적립금이 52.56%인 210조2,811억 원에 달했다. 증권사와 보험사의 적립금은 각각 96조5,328억 원(24.13%), 93조2,654억 원(23.31%)이다.
증권사는 '높은 수익률'을 내세우며 환승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퇴직연금 사업자 업권별 수익률은 증권이 7.11%로 가장 높았고, 은행(4.87%), 손해보험(4.63%), 생명보험(4.37%) 순이었다. 이는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상장지수펀드(ETF) 등 700개 이상으로 수십 개에 그치는 은행이나 보험사보다 훨씬 다양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퇴직 후 받는 목돈인 만큼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의 원리금 보장형 비중은 70%대로 비교적 낮지만 은행업권의 적립금은 90% 이상을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존 고객에게 디폴트 옵션 전환을 유도하는 식으로 '집토끼 지키기'에 나섰다. 금융사가 고객의 별도 지시 없이 자동으로 운용하는 퇴직연금 상품인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갈아타기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은 디폴트 옵션 전환 등록 고객을 대상으로 커피 쿠폰 제공 등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
고객 입장에선 장기투자인 만큼 수수료율도 감안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의 총비용 부담률은 0.412%, 생명보험은 0.333%, 금융투자는 0.325%, 손해보험은 0.306%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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